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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학자 설규을 Jun 05. 2024

꿈에 그리던 NASA JPL 투어

콜로라도 다시 가기 -  4일차 10월 27일 (금)

오늘의 일정은 단순하다. 바로 NASA Jet Propulsion Lavatory (JPL)로 투어를 가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그 NASA 연구소 중 하나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정갈하게 씻고 패서디나로 갈 준비를 했다. 어제 밤에 어디서 zipcar를 빌리고 어떤 차를 빌리고 일정과 동선을 전부 짰다. 패서디나로 가는 길은 LA의 시내 정중앙에 있는 110 도로를 지나가는데 이 길이 아주 막히고 지옥같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


내 차는 도요타에서 나온 프리우스였다. 이전에 LA에서 운전하고 다닐 때, 내가 JEEP의 Wrangler를 빌렸는데, 차가 너무 높고 커서 불편했었다. 그래서 내가 한국에서 모는 소나타와 가장 비슷하게 생긴 프리우스를 빌렸다. 근데 이 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여서 전기로 가속한다. 내연기관이 아니라, 전기로 추진되는 것이니, response time이 내 생각보다 짧아서, 멀미가 초반 20분정도 났다. 차를 뽑는 뽑기 운이 안 좋다. 


그리고 패서디나까지 약 80분을 운전해서 갔는데 길은 크게 막히진 않았다. 그러나 잠이 쏟아졌다. 특히 막판 이십분이 그랬다. 잠을 깨우기 위해서 나는 내가 유명 브이로그 유튜버인양 막 혼자서 떠들었다. 그렇게 결국 my dream place, NASA JPL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JPL을 지키는 secruity한테 visitor라고 하고, 이런 저런 서류와 미국 운전면허증을 보여주니 매우 쉽게 통과했다. 역시 미국 운전면허증이 편하긴 편하다. 


S형이 9시까지 꼭 오라고 해서 갔는데 형이 일이 있으셔서 조금 늦었다. 형과 visitor receptory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형이 05학번인데, 십년전의 학교나 교수님들의 십년 전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리고 그때 당시 친했던 형들이 이젠 교수님이라는게 신기하다고 했다. 아마 나도 지금 아는 친구, 선후배가 10년 후에는 교수나 NASA 연구원이 될테지 싶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꿈의 직장, NASA로 들어갔다.


NASA를 들어가면서 너무 설렜다. 첫 번째로 들어간 곳은 Auditorium인데, 태양계에서 탐사한 천체들 (태양, 행성들, 혜성들)에 관한 우주선, 망원경 등등이 전시됐다. 사이즈는 1:1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 놀란 것은 JPL이 탐사한 천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행성 탐사를 하려면 JPL을 와야하는게 맞았다. 두 번째로, 공학자로써 나는 내가 다루는 시스템의 scale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JPL에서의 모든 전시물들은 참 좋았다. 1:2,1:3 말고 너무 작은 경우는 scale을 알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로 한번 보고나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

Explorer 1. NASA에서 개발한 첫 번째 발사체.
화성 탐사 로버
생각보다 컸던 화성 탐사 로버

그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본관에 갔고, 거기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Perseverance, Ingenuity 목업이 있었다. 거기서 사진도 찍고 형이랑 이야기도 많이 했다. 논문에서는 숫자로만 있었는데, 실제로 가서 보니까 사이즈에 대한 이해가 쉬웠다. 그런 후에 본관 2층으로 연결된 Mission control center를 갔다. 우리가 보는 검은색 조명에 컴퓨터만 몇 대 번쩍이는 곳이다. 영화나 뉴스에서 보면 마냥 멋있었다. 왜냐면 그땐 카메라가 사람들의 얼굴을 잡으니까, 컴퓨터가 뭐하는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니 프로그램들이 생각보다 내 눈에 익숙한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심지어 엑셀도 있었다. 나는 영화속에 나오는 환상의 공간인 줄 알았는데, 여기 또한 연구소 중에 하나였구나 싶었다. 재밌었던 것은 "The center of the universe"였다. 우주에는 중심이 없기 때문에 그냥 임의로 JPL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정한게 공대생 유머 같았다. 그리고 제일 감격스러웠던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Mission control하는 기체들을 화면에 띄우고 있었는데 40 몇년 째 제어중인 보이저 1,2호였다. 수 많은 세월에서 살아남은 저 기체들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과학기술의 상징 같았다.

미션 컨트롤 센터, 센터 앞에서 찍은 나, Perseverance와 함께 찍은 사진

미션 컨트롤 룸을 지난 후에 나는 Mars Yard로 갔다. JPL에 Mars yard가 있고, 거기서 Perseverance같은 기체들을 실험해보고 그 결과를 control command를 보낸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공간이 무중력같은 공간이거나, 최소한 빨간 색 돌과 모래로 가득 찬 곳일 줄 알았는데, 그냥 돌 무더기 yards 였다. S형도 여기 별거 없다면서 말했는데 생각보다 Mars와 닮은 점이 하나도 없어서 어이없었다. 그 형도 듣기로는 실제 기체 개발할 때는 아이슬란드 쪽에 가서 실험을 하지만, 개발이 끝난 후에는 이 정도 환경만 돼도 similar 환경이라고 한다. 뭔가 know-how가 있을 테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스케쥴이 딱 맞는다면, 실제 탐사 로버가 Mars yard를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Mars yard와 clean room에서 Europa clipper와 함께

Mars yard를 지나고 기념품 샵에서 후드티 하나, 반팔티 하나, 각종 스티커와 마우스 패드를 샀다. 나중에 NASA JPL에 full-time 직업을 잡는다면 NASA 굿즈만 백만원 어치 살 것이다.


기념품 샵을 지나서 마지막으로 나는 clean room으로 갔다. Clean room은 조립실로, 먼지 같은 것들이 없게 방진시설을 갖춘 곳이다. 가서 Europa clipper가 조립되는 모습을 실제로 봤다. 다음 미션은 Europa인데 너무 과감하고 멋진 프로젝트 같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 10km 얼음이 지층에 있다. 그 지층 밑에는 물이 매우 두껍게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유는 표면에 분출되는 물줄기가 관측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성의 강한 인력으로 인해서 핵 내부가 가열된다. 이러한 가열된 열은 표면을 뚫고 물을 가열시키는 해수구가 된다. 지구의 심해에 있는 해수구 처럼, 유로파 또한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유로파 프로젝트라고 하며, 첫 번째로 위성을 보내고, 두 번째로 로버를 보내고, 세 번째로 Rotorcraft (Dragonfly)를 보내는 약 1,20년 프로젝트이다. 아마 내가 한참 일할 때는 이 부분을 연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말 마지막으로 NASA에서 관측한 첫 화성 데이터를 구경했다. 그땐 약 5,60년대이고, 카메라 찍힌 숫자가 색깔를 지칭한다. 컴퓨터가 활성화되기 전 이야기라서 아날로그로 숫자마다 색칠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모든 것들이 대부분 디지털화 되어있지만, 저땐 그게 아니였고 old-fashioned가 아니라, 오히려 더 직관적이었다. 그런 후에 정말 마지막으로 보이저 1,2호의 실제 사이즈와 골든 레코드까지 봤다. 에릭 교수님이 코넬 출신인데, 칼 세이건을 실제로 본 일화나 골든 레코드에 녹음된 한국인의 목소리가 코넬대 근처 사시던 한인 아주머니라는 것 등 재밌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JPL 투어의 마지막인 JPL 로고 앞에서 사진 찍기로 했다. 

NASA JPL 투어를 끝내고, S형과 패서디나에서 타이 음식을 먹었다. 요즘 미국에서 Thai 음식이 유행이라고 해서 궁금했다. 양이 많은 팟타이를 시켰고, 아주 만족스럽게 먹었다. 그런 후에 원래는 그리피스 천문대를 가려고 했으나, 너무 졸렸다. 그래서 LA 시내에 있는 가게에 들려서 사야할 물건을 산 후에 숙소에 가서 쉬었다.

S형과 나, 맛있고 양 많던 팟타이

그런 후에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을 먹으려고 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이내의 가게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가게가 내 구글 맵에 이미 표시되어있었다. 기억을 더듬고 보니, 예전에 맛있을 것 같다고 해서 찾았던 멕시칸 맛집이었다. 그걸 잊은채로 가격곽 공항에서의 위치만 보고 오늘 자는 숙소를 잡은 것이었다. 마치 오늘 꼭 그 멕시칸 가게를 가라고 하는 것 같았다. 차를 반납하고 거기서 저녁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호텔 주차장에 주차한 차로 다가갔다.


충격적이게도, 주차된 내 차옆에 내 여권이 그대로 떨어져 있었다. 여행이 정말 큰일날뻔 한 순간이었다. 그런 동시에 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사실 아까 호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나서 조금 떨어진 곳에 노숙자가 한명 있었다. 나는 그 노숙자를 경계하면서 '아 저 사람이 내 물건 훔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훔쳐가지 않았다. 나의 경계가 어쩌면 그 사람의 인성과 가치관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색에 기반했다라는게 부끄러웠다. 


차를 몰고 Zipcar를 반납하고, 숙소로 오기 위해 Uber를 불렀다. 알고보니까 Uber 기사가 한국에 무려 70년대에 왔던 사람이었다. 유쾌하시고 진중한 할아버지와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아까 언급한 멕시칸 가게를 갔다. 그런데 차를 내릴 쯤에 내 에어팟을 의자 바로 아래에 빠뜨렸다. 기사 아저씨가 5분간 낑낑대면서 빼주셨고, 아까와의 대화, 도움에 보답하고 싶어서 팁을 100%로 드렸다.

저녁으로 간 가게, Casa Gamino와 까르네 아사다 plate

멕시칸 음식을 먹고 나서, 정말 쓰러져서 잠들었다. 내일이면 집이다. 아주 설렌다. 그리고 요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 참 감사하고 뿌듯하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사는 대로 생각한게 아니라, 생각한 대로 살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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