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먼지에 대한 해석

by polisopher

"형님, 형님은 언제 술을 마셔요?"

"야 너 또 무슨 소리하려고... 술이야 땡기면 마시는거 아냐?"

"그쵸? 그냥 땡기면 마시는거 맞죠?"

"..."


서장이 마시던 소줏잔을 내려 놓으며 나를 째려보더라. 뭔 소리 하겠구나 하는 표정이었지.


"씨팔. 형. 그런데 왜 술을 못 마시게 하는데?"

"어? 씨팔? 누가 못 마시게 했는데?"

"내 앞에 있는 사람, C-8 바로 당신."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한 서장은 당혹스러웠던지 고개를 좌우로 돌리다가 억울하단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어.


"야야야 내가 언제 술을 못 먹게 했는데. 어?"

"공문으로 때렸던데 뭘."

"뭔 공문. 어?"

"아니 이 냥반이.. 모르는 시늉을 리얼하게 햐.."


서장은 눈알의 초점을 빼더니 위로 그리고 죄우로 돌리며 내 말의 진의를 캐려는 듯 했어.


"공문?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는데.."

"쯧쯧 완전 바보네. 이래갖고 지역 치안의 대표라 할 수 있어?"

"......"

"나라가 뒤숭숭하다고 술 먹지 말라매? 인사철이라 술 먹지말라매?"

"틀린 말은 아니잖아."

"야! 술을 먹든 말든 니가 뭔 상관인데?"

"마. 말 조심해. 아무리 대학 선후배지간이래도 난 서장이고 난 순경이야."

"알았어. 씨발.. 서장님. 됐냐?"

"야. 너.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 왜 이리 베베 꼬인건데."

"그런 형은? 군사정권 욕하면서 통제사회 어떻고, 자유가 저떻고 개념없는 후배들 앞에서 똥 폼 잡던 모습은 어디 갔는데. 어?"

"야.. 그땐 그ㄸ..."


서장은 터진 입으로 흘러나오려는 말을 틀어막았어. 그리고 소줏잔을 빙글거리더니 반쯤 남은소주를 입 안으로 털어넣었어.


"야... 철아.. 우리는 공무원이잖냐.."

"누가 공무원인거 몰라? 공무원이면 마시고 싶은 술도 못 마셔?"

"그런 뜻이 아니라는거 너도 잘 알잖아. 일반적이고 형식적인 표현이잖아."

"일반적이고 형식적? 그래서 감찰 새끼들 돌렸냐?"

"...."

"걔네들이 뭐라는 줄 알어? 민원 맞은 후배 놈 달래준다고 소주 한잔 따라주는데 쳐 들어와서는 서장 지시 사항 위반이란다. 이런 개같은 새끼들. 이런 것들이 사람 새끼들이냐? 저런 짓거리 빤히 알면서 모른척하는 니가 더 미워 새끼야."

"...."


그 뒤로 서장은 한참 동안 고개를 못 들더라. 빈 소줏잔을 만지작 거리면서... 그 꼴 못 봐주겠어서 한 잔 따라줬지. 그러자 기다렸단 듯이 냉큼 잔을 비워더리라.


"내가... 미안하다."

"형.. 도대체 상식은 어디다 팔아 먹은거야."




감찰은 지휘권 확립과 경찰들 비위를 캐는 일을 하는 경찰이야. 그런데 저들의 눈빛을 보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해.


교통위반, 불법영업, 범죄자를 대할 때 나는 법과 원칙, 그니까 인권을 중시하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거든..


근데 감찰. 이것들은 어떻게 된 게 게떼 처럼 들러 붙어 물어 뜯기 급급해. 얘네는 영장류에서 인간 아닌 다른 종인지도 몰라. 아니지. 인간이 원래 그런거지.


그래서. 잘못을 했든 아니든 얘네한테 걸리면 뜯긴 상처만 남아. 결국 비위 경찰로 낙인만 찍히는 셈이지.


이런 개같은 경우가 어딨나... 그런데도 서장이라는 작자는 눈 하나 깜빡 안 해. 지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그런거 아니냐고만 해. 그건 맞아. 인간이라서 먼지가 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그렇게 지멋대로들 할거면 법률이 왜 있어. 정의는 왜 부르짖어. 양심은 왜 거들먹 거리는데..


타인보다 조금이라도 우월적 지위에 서기라도 하면 먼지에 대한 해석권자가 되고 싶은 자들...


저건 생명을 품은 꽃가루야.
저건 폐와 기관지를 틀어막는
초미세먼지지..


어제 생명을 품었던 꽃가루는 오늘 호흡을 틀어막는 암적인 존재가 되었어.


어제의 나도 오늘의 나도 봉철일뿐인데 말야..


ᆞᆞᆞkantrolᆞᆞ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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