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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Jan 13. 2019

자책하는 나에게

나의 아저씨, tvn 2018

‘나의 아저씨’의 지안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빠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엄마에게 평생 갚아도 부족할 빚을 떠안았다. 빚쟁이들은 아픈 할머니를 날마다 때리고 작은 지안을 매 순간 짓밟았다. 그녀는 살아낼수록 차가운 현실과 나의 불행을 이용하려는 인간들에게 마음을 베이며 자란다. 지안의 지난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곁을 하나 둘 떠났고, 그녀는 혼자다. 이젠 인간에 대한 기대도, 삶에 대한 희망도 없다.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니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인생은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라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해도 후회되는 일은 어떻게 지워버려야 하나. 나는 인생을 살면서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일 몇 가지를 겪었다. 충분히 피해갈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않았고, 뜨거운 줄 알면서도 발을 담그곤 그제서야 빨개진 발을 식히며 후회한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자 했던 난 자책을 많이 하고, 자신을 책망하느라 속을 끓인다. 그것도 아주 긴 시간 동안. 남에게는 ‘괜찮다,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위로하면서, 자신을 나무라고 벌을 내리는 숱한 밤들이었다.


내가 10년쯤 나이 들어, 지금의 나를 본다면 이런 이야길 해주고 싶다. 모든 것을 네가 다 책임질 필욘 없어. 가끔은 남탓도 하고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고 하곤 숨어버려도 괜찮다고.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니까 자책은 그만하고 앞으로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부끄럽지 않은 날들을 만들어나가면 되지 않겠냐고. 죄책감은 인제 그만 덜고 훨훨 날아가 보라고, 그래도 세상엔 좋은 사람 많다고.





대사 발췌 : 나의 아저씨 tvN  /  극본 박해영




드라마 명대사를 인용하여, 작가 개인의 삶을 이야기 한 에세이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의 브런치 연재 글을 모아, 브런치 북으로 재 발간합니다. 출간 후, 작가가 직접 일부 수정하였으므로 책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엄왜울'의 종이 책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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