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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Jan 19. 2019

지치지 않고 무모하게 살아가길

미생, tvN 2014

미생, tvN 2014
미생, tvN 2014




통영에서 18개월째. 다시 도시로 일터로 전쟁터로 돌아가기로 한다. 마음이 지쳤고, 사람이 싫어서 도망치듯 내려온 통영이었는데, 이젠 사람이 그립다. 누군가를 만나 열정적으로 연애하고,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다시 마음이, 정신이,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건강한 상태로 돌아왔다는 신호였다. 도시로 돌아가며 나는 몇 가지 다짐을 했다. 다시 직장생활을 하지 않기로 했고, 무엇보다 나를 돌보는 일을 소홀하지 않기로 했다. 직선적인 조직문화와 매년 반복되는 일정한 패턴의 직장생활은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다시는 직장을 다니지 않는 것으로 자신과 합의했다. 그리고 마음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언제나 나를 돌보아주자고 다짐했다. 마음은 예민한 사춘기 소녀 같아서, 잠시라도 돌봐주지 않으면 곧바로 티를 내곤 한다. 그런 내 마음속 사춘기 소녀를 평생 어르고 달래며 잘 지내보기로 했다.


프리랜서로의 생활은 쉽지만은 않았다. 생활방식을 만들지 않으면 한없이 게을러지기 때문에, 자신과의 약속을 만들어 지켜야 했다. 아침 8시에 눈을 뜨고 자정이 되면 억지로라도 잠을 청했다. 피곤하지 않으니 잠도 오질 않았다. 그래도 너무 게을러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매달 신용카드 인출 일이 되면 불안하다. 월급을 받을 때보다 소비를 많이 줄여가며 이유 없는 과소비는 하지 않았지만, 신용 카드값이 빠져나갈 때면 괜스레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월급이 아닌 불규칙적으로 들어오는 소득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1년, 2년이 지나면서 불안정 속 안정이 생겼고, 불규칙한 생활 속 규칙이 찾아지고 있다. 나는 요즘 어른스럽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책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책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책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책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책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책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좋은 일을 했었고, 화려한 일을 찾아다녔던 과거와는 달리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가령 내가 그린 그림들을 작은 카페에 전시해보는 것, 내가 써낸 글들을 엮어 담백한 표지 디자인으로 출간하는 꿈을 가진다. 대단한 포부도,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저 잘하는 일을 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고 그 대가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이 좋다.

‘정당한 일’이라는 것이 조금은 사회적으로 보탬이 되는 일이었으면 한다. 남의 것을 빼앗거나, 쟁취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좋은 곳에 나의 재능을 소비하며 살고 싶다. 무엇보다 나는 내가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무모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대사 발췌 : 미생 tvN  /  극본 정윤정 / 원작 윤태호




드라마 명대사를 인용하여, 작가 개인의 삶을 이야기 한 에세이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의 브런치 연재 글을 모아, 브런치 북으로 재 발간합니다. 출간 후, 작가가 직접 일부 수정하였으므로 책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엄왜울'의 종이 책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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