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연 Jan 07. 2019

네 꿈은 뭐야?

달콤한 나의 도시, SBS 2008

극본 송혜진 / 원작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SBS 2008







남유는 뮤지컬 배우를 하겠다며 회사에 사표를 내고, 오디션을 준비한다. 대기업 대리에서 졸지에 연습생으로 신분이 하락했다. 서른한 살, 꿈을 꾸기에,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경력이 변변찮은 삼십 대 배우를 호의적인 시선으로 보는 극단은 거의 없었다. 자기계발서에서도, TV에서도, 20대에게 꿈을 찾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나이들은 중년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 20대 청춘도 아니고, 희망적이지도, 그렇다고 여유롭지도 못한 애매한 나이 30대. 나에게도 꿈이 있는데,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데 왜 다들 그냥 평범하게만 살라고 하는 걸까. 왜 우리에겐 도전하라고 등 떠밀지 않을까.





"우리는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어린 나이인 것도 아

니다. 어정쩡하고 어중간하다. 누구에게나 현재 자신이 통과

하고 있는 시간이 가장 벅찬 법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 SBS 2008



친구들이 좋은 회사에 취직할 때, 나는 연봉이 낮은 회사로 이직했고, 문 배우는 뮤지컬을 하기 위해 동네 술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내가 하는 일을 친구들이 비웃는 것 같았다. 나의 선택들을 손가락질한다고 생각해뒤통수가 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격지심이었지만, 당시에는 내 꿈을 모두가 하찮게 여기는 것 같았다. 


8년이 지난 지금, 우리 둘은 잘 나가는 배우가 되지도 못했고, 잘 나가는 디자이너가 되지도 못했다. 문 배우는 여전히 서빙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일 년에 한두 번 오르는 공연에 기뻐하고, 무대에 설 수 있는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산다. 나도 우주 최강 디자이너를 포기했고, 회사를 관뒀다. 프리랜서가 되었고, 일이 없으면 침대에 누워있는 게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20대가 지나갔다.


우리의 꿈은 뭘까?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우리는 이렇게 답할 거라 말한다.


“날마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문 배우는 잘 나가는 유명 배우가 되진 못했지만, 공연을 할 수 있는 이 순간순간이 모두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꿈을 포기한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성취를 버린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제 성취를 좇지 않고, 꿈이 있는 하루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게 나와 그녀의 최종 꿈이다. 비록 이 개똥철학이 우리의 자기 합리화라 할지라도. 우린 오늘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 정도면 멋있는 삶이잖아, 사람 미치게.




책<엄마,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책<엄마,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대사 발췌 : 달콤한 나의 도시 SBS  /  극본 송혜진 / 원작 정이현




드라마 명대사를 인용하여, 작가 개인의 삶을 이야기 한 에세이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의 브런치 연재 글을 모아, 브런치 북으로 재 발간합니다. 출간 후, 작가가 직접 일부 수정하였으므로 책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엄왜울'의 종이 책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이전 07화 나 때문에 울 길 바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