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손이라도 괜찮아

by 고도리작가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사람마다 맞는 운동이 다르고 사람마다 적당한 운동량이 달라서 섣불리 무슨 운동이 좋다고 조언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나는 1시간 이내의 운동이 딱 알맞고 수영만 아니라면 어떤 종목이든 괜찮은 것 같다. 이 정도 되니 그래도 운동 초보에게 바른 자세를 알려줄 정도는 된다.

이 운동을 한 지도 벌써 25년째다.


고등학생까지는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 핑계가 아니다.

6시에 깨서 0교시 보충수업부터 밤 10시, 12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했으니 시간을 쪼개서 운동을 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할 수는 없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었는데 수업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수업이 오후에 있는 날도 많아 느지막이 한껏 치장하고 똥폼 잡으며 학교 가는 대학 1학년이었다. 대학만 가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세뇌당한 터라 대학생이 되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나는 조금 심심했다.

그래서 살살 아침 일찍 아빠를 따라 아파트 야산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 내 운동 인생의 시작이었다.

상쾌한 바람과 가뿐한 기분과 활기찬 사람들. 대단하진 않아도 산에 운동 도구들도 적당히 있었다. 그때부터 내 인생에 운동이 시작되었다.


매일매일 운동한 건 아니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운동하는 시간이나 횟수가 달라지긴 했지만 나는 아직까지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내 운동의 정점은 회사생활 중에 이룬다. 평일 5일 내내 점심시간에 운동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운동하는 여직원들이 거의 없었기에 여직원 샤워실은 내 독차지였고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썼다.

나는 운동하는 여직원으로 소문이 날 정도로 운동에 중독되었고 테니스 동아리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첫째 아이를 낳고도, 둘째 아이를 낳고도 나의 운동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부처가 바뀌었을 때는 회사 근처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한 후에 출근하곤 했다.

리고 지금은 집에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주 회씩 부정기적으로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끔 운동하는 할머니나 이두박근 삼두박근이 젊은이들 못지않은 할아버지 기사를 접하게 된다.

그들의 근육이 부럽진 않지만 나는 운동하는 노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젊을 때는 왜 그렇게 건강한 몸을 당연하게 여겼을까?

아무리 젊어도 다치거나 병들 수 있으니 나이가 젊다고 건강한 것이 당연한 건 아니다.

사람들은 아파봐야 몸의 소중함을 깨닫고 운이 좋아 아파보지 않은 사람들은 나이 들어가며 신체가 감가상각함에 따라 뒤늦게 나를 지탱해주는 신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거기서 시작하여 놀랍게도 삶의 구석구석이 다 소중해진다.

내 눈으로 사물을 보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무언가를 들고 당당히 걸어가고 무언가 혼자서 할 수 있는 몸이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게 된다. 삶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렇게 삶은 더 소중해진다.


앞으로 살면서 많은 순간 내 맘과 다르게 몸이 늙어가는 것을 느끼게 되겠지?

요즘 나도 내 신체 기능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 아무에게도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요즘 이상하게 무언가를 잘 집을 수가 없다.

마룻바닥에 떨어진 작은 종이를 한 번에 집지 못해서 잠시 노려본 적이 있다.

저까짓 종이를 한 번에 잡지도 못하다니...



점점 똥손이 되어 간다.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서 가벼운 물건을 집는 습관이 있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두 번째 시도할 때는 손가락 다섯 개를 이용해서 움켜쥐곤 한다.

그래도 평생 고생한 내 작은 손을 너무 탓하진 말아야지.

이 손으로 일을 하고 글을 쓰고, 이 손으로 아이를 낳아 키웠다. 이 손으로 포근한 보금자리를 유지하고 따뜻한 음식을 만들었다. 이 손으로 운동기구를 들고 지금까지 운동했다. 살아온 날 만큼 앞으로 더 의지해야 할 손이니 너무 탓하지 말아야지.


건강의 소중함에서 시작한 삶의 소중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소중한 삶을 좋은 것들로만 알차게 채우고 싶다.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고, 한정된 시간을 쪼개서 무언가는 꼭 해 보고 싶다.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다.

시간이 갈수록 남은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진다. 이 시간을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알차게 보내고 싶다.

삶에 후회를 남기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그리고 우리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삶은 소중하다.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







이전 25화마당을 나온 암탉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