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공직생활 만 15년이 되는 때.
사직까지 이제 5개월가량 남았다
그 사이 내 마음은 더 단단해진 듯하다.
이젠 할까 말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바심이 난다. 군인들 제대할 날 손꼽아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15년 차 국가직 공무원으로
이렇게 하루 종일 회사에 붙잡혀 시키는 일이나 하기도 싫고
조직의 부속품, 월급의 노예로 사는 것을 거부하고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 사직을 선택했다
그 시기를 공직생활 만 15년이 되는 내년 2월로 정했다
브런치 작가로 작아도 알차고 의미 있게 나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자 결심한 상태다.
그래도 마무리는 잘 하자는 마음으로 잘 참고 있는데
국가는 가끔 이런 짓을 해서 사직하고픈 마음을 부추긴다
정부는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자리를 비우거나, 명절의 긴 연휴로
공직기강이 해이해지기 쉬운 때 불시에 복무점검을 하는 방법으로 직원들을 관리한다.
국가가 고용한 우리는 관리 대상이다
부처 자체적으로 하기도 하고, 가끔은 총리실에서 불시에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잠재적인 범죄자가 된 기분이다.
복무점검의 형태는 각양각색이다.
점심시간을 제대로 지키는지 엘리베이터 앞에서 지키고 서 있기도 하고
늦은 밤, 다들 퇴근한 시각에 컴퓨터는 제대로 껐는지 서랍 잠그고 열쇠는 제대로 숨겨 두었는지
서류는 펼쳐두지 않았는지 등을 점검한다.
한번 걸리면 구두경고, 두 번 걸리면 당직 1회 추가, 세 번 걸리면 징계다.
공직생활 통틀어 딱 한번 걸린 적이 있다.
출근을 했는데 담당자가 불러서 가보니
내 자리 서랍에 열쇠가 꽂혀 있고, 문이 살짝 열려있는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증거로 내놓았다.
기분 더러웠다. 범죄자가 된 기분
국가는 이렇게 직원들을 관리한다.
국가는 무심히 있다가도 가끔 이런 방식으로 누가 주인인지를 보여준다.
그게 너무너무 싫다.
누군가에게 구속되어 있는 것
누군가의 계획에 따라 행동하고 처분받아야 하는 것
실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지배를 받는 느낌
가장 최악의, 가장 어이없는 복무점검은 명절 중 하는 복무점검이다.
다른 부처는 모르겠다. 우리 부처는 꼭 명절 때 복무점검을 하는데
이번 명절은 추석 다음날 복무점검을 했다.
복무점검이 시작되면 부서장을 시작으로 마지막 직원까지
비상연락망 순서대로 전화를 돌려 수신 완료했음을 알린다.
이게 무슨 헛짓인지 모르겠다.
열명 남짓한 직원들 중에 꼭 1-2명 연락되지 않는 직원이 있다.
그거야 당연하다. 명절 연휴기간 내내 핸드폰 앞에만 있을 리는 만무하니.
짜증이 난다.
긴 휴식으로 몸도 마음도 풀어져 있는 휴일에 전화기 너머 들리는 직원 목소리도 심히 낯설다.
짜증 지수가 파----악 치솟으며
앞당겨야 하나?
도대체 15년 채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번 쓴 글처럼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으니
1월에 정근수당과 2월 명절휴가비, 그리고 18년 한 해의 성과에 대한 성과상여금까지
야무지게 챙기고 그만두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 눔의 복무점검이 나를 흔들고 있다.
좀 더 시기를 앞당길까? 나는 안달이 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