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창작과 꼭 가야겠니? <24화>
문예창작과를 지망하고,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문청들을 위해 쓰기 시작한 '문예창작과 꼭 가야겠니?' 연재가 이제 막바지에 다 달았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나는 문예특기자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백일장을 나가려 했지만, 나갈 수가 없었다. 학교 선생님이 신청서에 확인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찾아보지도 않고는 문예특기자 전형이라는 제도를 자신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내게 쓸데없는 짓거리 말고 공부나 하라던 백일장 출전 금지 명령을 내리던 학생 주임 선생님. 내가 교무실에서 문예특기자 전형에 대해 조사해 온 것을 이야기하며 백일장에 나가고 싶다고 울었더니 학교에 우리 엄마를 불러다가 '애가 너무 예민하고, 사회 적응을 하지 못함, 우울증이 있는 것 같음'이라는 이유로 정신과에 다녀오라고 하던 담임 선생님. 그 당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문예창작과 입시를 준비하기 힘들었다.
결국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자퇴서를 내고 안양예술고등학교 편입시험을 치렀다. 그 무렵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내가 학생일 무렵, 그때는 학교 선생님들도 문예창작과 입시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문예창작과 입시를 치르려면 학생 혼자서 정보를 찾고 준비해야 했다. 서울에 있는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구하거나, 안양예고나 고양예고 같은 특성화 고등학교에 입학하거나,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과 소모임을 만들거나. 지금과 엇비슷한 방법들이지만 지금보다 정보도 더 적었고, 좋은 학원이나 과외를 구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이 에세이를 쓰게 된 이유는 아무런 정보가 없어 당황하던 나 같은 학생들을 위해서였다. 혹은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듣게 되어 혼란스러워하는 또 다른 문청을 위해, 아니면 학원이나 과외 같은 수업을 받기 힘든 학생들을 위해서였다. 내 경험을 들려주고 문예창작과 입시를 준비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다.
에세이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문예창작과 입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글쓰기는 혼자 하는 것이라 하지만, 처음에 글을 쓰기 힘들다면 좋은 멘토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오늘은 전문학교, 학원, 과외 중 어떤 것이 문예창작과 입시에 도움이 될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문예창작과가 개설된 특성화 고등학교에 대한 이야기다.
문예창작학과가 개설된 고등학교는 우리나라에 딱 두 군데가 있다. 고양예술고등학교와 안양예술고등학교이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일 때 안양예술고등학교에 편입을 했는데, 편입을 하면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여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뒤쳐진 진도를 따라잡느라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예고를 선택한 결정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예술고등학교의 장점과 단점은 명확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단점과 장점은 데칼코마니처럼 대조된다.
내가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며 느낀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친구'일 것이다. 예술고등학교에서는 필연적으로 3년 동안 40명이 한 반에서 생활을 한다. 같은 세부전공(시, 소설 등)을 택하기도 하고, 같은 동아리나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혹은 수업시간에 조별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거의 하루종일 함께 지낸다. 같은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있고,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친해지게 된다. 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친구들과는 다르게 깊은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렇게 친해진 친구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깊은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반대로 가장 큰 단점은 '적'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3년간, 같은 대학이랑 학과를 지망하면서, 예민한 시기의 학생들이 한 반에 모여있다. '예술가'기질이 있는 학생들은 자기 세계를 가장 중시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세계와 쉽게 부딪힌다. 아주 친했던 단짝도 정말 단순한 이유로 크게 틀어지게 되고, 인생 최대의 적이 되기도 한다. 감정이 충만했던 시기에 '악'이라는 감정이 침투하게 되면 얼마나 극단적으로 사람을 증오하게 되는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게 되는지. 무서울 정도였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3년간 함께 해야 하는 학우와 사이가 크게 틀어지게 되어 학교를 떠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학교가 갖는 두 번째 장점은 특정 입시전형에 유리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일반 입시전형에 불리하다는 점이다. 예술고등학교의 경우 '전공시간'이 존재한다. 일주일에 8시간 이상 '창작 실기'시간이 있고, 4~6시간가량 '창작이론'에 관한 시간이 존재한다. 동아리 또한 학과 전공에만 관련되어 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대부분 특기자 전형이나 실기, 수시를 준비한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비하면 특정 입시 전형(특기자 전형, 실기, 혹은 문예창작과 나 비슷한 학과가 있는 다른 학교들의 입시들)에 대한 정보가 많기 때문에 교사들이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편이며, 합격률 또한 높다.
반면 수능(정시)을 대비하는 이들은 거의 없기에 그에 대한 교과 교육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비하면 미흡하게 이루어진다. 모의고사 또한 교사와 학생 모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내가 인문계에서 처음 예고에 가서 모의고사를 보았던 날,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시험을 봤는데도 전교 1등을 하였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대부분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안 풀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 보았을 때, 자신이 고등학교 때부터 문예창작과 수업을 경험하고 싶고, 함께 글을 쓰는 친구를 만들고 싶으며, 문예창작과 입시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싶다면 예술고등학교 입학을 추천한다.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자퇴를 하거나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는 학생들이 1년에 1~5명가량은 있다. 문예창작과에 관한 공부를 하고, 그 길을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면서, 자신의 길은 이 길이 아니라고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다. 예술고등학교에서는 자신의 전공 입시 외에 다른 길을 준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술고등학교는 '외길뿐인 문예창작과 인생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쉬울 수도 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외길 인생의 시작. 나는 그 인생이 나름 마음에 들었지만, 내 친구들 중 많은 부분이 예술고등학교 입학을 후회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