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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히읗 Jun 13. 2024

에필로그: 나다움을 위한 글쓰기

문예창작과 꼭 가야겠니? <마지막화>

돈이 없어서, 학교나 학원을 상황이 안되어서, 글을 쓰다 상처를 받아서, 혼자 글을 쓰고 싶어서.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글을 쓰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런 학생을 위해 나는 글을 쓰고, 가르쳤다.


학교에서, 과외로 수업을 진행하다가 학원을 차린 적도 있었다. 

엄마랑 같이 경영하던 학원이었고, 코로나를 비롯해서 여러 가족 문제로 지금은 없어진 학원. 그 학원의 이름은 '다움글쓰기학원'이었다. 


나름 수업이 괜찮았는지 학원을 그만두고 나서도 학부모들이 개인 과외를 해주면 안 되냐는 연락이 몇 년간 계속되었다. 심지어 학원을 그만두고 나서 같은 동네에 내 학원과 똑같은 이름의 학원이 생기기도 했다. 내 학원 이름, 내 학원 수업 방식, 모든 것을 다 베껴서 만든 짝퉁이었지만, 그냥 놔두었다. 어차피 다시 학원을 차릴 생각은 없었기에.


그렇지만 그 이름은 아쉬웠다. 

'다움 글쓰기 학원'

의미를 담아서 만든 학원이었다. 


독서를 막 시작한 초등학생에게도,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에게도 나는 언제나 '나다움을 찾는 글쓰기'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렇게 쓰면 좋다, 이렇게 쓰면 상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쓰면 대학에 합격한다.


'이렇게 쓰면'이라는 방법을 가르치긴 했지만, 언제나 학생들에게 나는 이런 말을 했다.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거를 나답게 쓰면 그게 정답이야.'


내가 대학을 가려고 하거나 상업작가가 되려 하면 결국 남(교수나 출판사, 독자 등)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남의 평가, 중요하긴 하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들을 보면 대학이 중요하거나, 출판사나 독자가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절필하지 않고 살아가는 작가들은  자신들이 옳다 생각하는 길을 걷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내가 원하는 글을 '꾸준히', '완성'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얻을 것이 생긴다. 독자가 생길 수도 있고, 수입이 생길 수도 있고, 친구가 생길 수도 있다.

최소한 자기 만족감은 확실하게 챙길 수 있다.


꾸준히 계속 나다운 글을 써 내려가는 것, 이 것을 한다면 누구나 작가로 살아갈 수 있다.


과거의 나를 위해 이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아무 정보 없이 혼자 입시를 준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른들에게 무시당하고, 편입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순수문학만이 정답'이라는 것을 배우며 그것만을 믿던 어린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이 글에 담겼다.


마지막 글에서,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그건 바로 '건강'에 관한 것이다.


나다운 글을 꾸준히 완성하는 것. 이건 한 번 해보고, 두 번 해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쉽게 된다.

다만 여기에는 하나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사람은 무조건 건강해야 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건강한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에 중독되어 있거나 스트레스나 강박, 우울이 심해 몸에 무리가 가기도 한다.

그리고 운동은 어찌나 안 하던지. 과거 우리 교수님이 계단 2층만 오르고도 숨을 몰아쉬며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다짐해 놓고 나도 내 친구들도 다 똑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아직 마흔도 안된 나이인데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은 너무나도 병들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영향도 있겠지만, 평생 나를 괴롭혀온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그리고 식습관과 체중 변화로 나타난 병들이 지금 내가 글을 쓰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들이다.


부정맥, 갑상선항진증, 모든 내장기관에 걸리는 염증들.

한 달 만에 부정맥이 재발하여 두 번째 심장 시술을 앞둔 내가 제일 후회하는 것은 내 건강을 어릴 때부터 챙기지 않은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책을 읽는 것보다도 건강을 더 챙겨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삶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의자에 앉아서 1시간은 글을 쓸 수 있는 몸상태는 만들어야 작가가 될 수 있다. 


건강하게, 나다운 글을, 꾸준히 완성하며, 살아가자.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의 머리에 이 말이 새겨지길 바라며, 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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