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없지만 욕심은 많은 주니어 디자이너의 퇴사 이야기
축구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이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이직 후 6개월 만에 '또' 퇴사한다.
20명 내외 규모에서 100명이 넘는 규모로 바뀌니 초반에 적응이 너무 힘들었다.
모든 직원 귀에 들렸던 나의 아이디어는 설득을 위한 문서작업을 하고 미팅을 잡아 여러 명의 이해 관계자를 설득해야 했고, 하루 만에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던 환경에서 리소스나 우선순위를 따져야 했다.
수평적인 소통을 거쳐서가 아닌 수직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답답했고 견디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처음엔 사실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규모가 커지면서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필요했고 모든 일은 우선순위를 메겨 실행할 수밖에 없으니 참고 견뎌보자고 생각했다.
이러한 현실을 이해했지만 이해하기 싫었나 보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욕심은 많은 주니어라 단 시간에 빠른 성장을 하고 싶은데, 이곳에서는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정체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가장 중요한 건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뛰어놀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주길 바랬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지, 어떻게 일하면 행복하고 능률이 오를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았다.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있어 자율과 책임 아래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결국에는 본인이 정말 행복을 느끼고 가치를 느끼는 일을 하고 그걸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에서 일하는 게 사실 가장 중요하다.
그러던 와중 좋은 리더가 있는 기업에서 인터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운 좋게 서류, 면접, 처우 협의를 거쳐 최종 합격을 했다. 동시에 현 직장에 퇴사 통보를 했다.
사실 그렇게 흥미롭게 지켜본 회사가 아니었는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기업이 궁금해졌고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에 대해 생각하는지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이때 인스타그램 디자이너 김준식 님의 "잠을 못 자도 타협하지 마." 영상을 다시 한번 봤다.
사실 위에 쓴 말도 준식 님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할 때 나에게 큰 영감이 된 인물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부수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위 영상을 추천해주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할 때 남들과 똑같은 삶,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과 같은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는 하기 싫다.
가시밭길임을 알더라도 그 가시밭길을 건너서 얻은 고통보다 쉬운 길을 건너 가시밭길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궁금해하는 고통이 더 클 것 같다.
남들이 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하면 재밌지 않을까?
뭔가 특별한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