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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너드 EngNerd Mar 19. 2023

트램폴린으로 얼마나 높이 뛸 수 있을까?

트램폴린에 숨겨진 기술

< 이중 바운스 >


by 엔너드 EngNerd

#트램폴린 #트램펄린 #스프링 #이중바운스 #에너지전달 #역학적에너지 # #유체역학 #공학 #과학 #기술 #과학기술






위 사진처럼 트램폴린 또는 트램펄린(trampoline)이라 불리는 매트가 있습니다. 어릴적에는 방방이라고 부르기도 했죠. 필자는 초등학생 시절(1990-2000년 그즈음)에 학교 앞에 있던 방방이를 타며 논 뒤 그 옆에서 지긋한(?) 나이의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띄기를 먹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방방이를 탈 때는 친구들과 함께 타는 게 더 재밌는데, 방방이를 타는 친구 옆에서 타이밍을 잘 맞추면 친구를 훨씬 더 높이 뛰어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그 원리를 2022년 논문을 참고하여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트램폴린 점프

먼저 트램폴린에서 홀로 점프를 할 때 왜 높이 뛸 수 있는지 살펴봅시다. 사람이 트램폴린 위에서 점프를 할 때 사람의 역학적 에너지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역학적 에너지(mechanical energy)란 물체가 가지고 있는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의 합으로,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합은 일정하되 서로 변환됩니다. 퍼텐셜 에너지(potential energy)는 중력에 의한 에너지로서 물체가 위치한 높이에 의존하여 결정됩니다. 물체가 높은 위치에 위치할수록 퍼텐셜 에너지는 높아집니다.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는 물체의 질량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에너지로, 물체가 빠르게 움직일수록 높은 에너지를 가지게 됩니다.   


* 필자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많으신 분들은 위치 에너지로 알고 계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 글에서는 현행 교육과정에 맞춰 위치 에너지 대신 퍼텐셜 에너지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트램폴린 위에서 홀로 점프할 때 사람과 트램폴린의 위치 변화(위) 및 에너지 변화(아래). [1]

그럼 트램폴린에서 점프할 때 에너지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차례대로 살펴봅시다. 위 그림은 유튜브 영상[1]의 일부를 갈무리한 것입니다. 그리고 각 순간에서의 에너지 변화를 도식화하여 나타냈습니다.

(0) 점프 시작: 트램폴린 위에서 점프를 하면 초기 운동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즉, 발로 바닥을 밀어주면서 발생한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1) 트램폴린에 닿기 직전: 점프 후 트램폴린 매트 위에 착지하기 직전에는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를 일부 가지고 있습니다.

(2) 스프링 인장: 사람이 매트를 누르면 매트 가장자리에 연결된 스프링(spring)들이 인장 됩니다. 이때, 스프링은 탄성력에 의한 탄성 퍼텐셜 에너지(elastic potential energy) 또는 탄성 에너지를 갖게 됩니다. 반면에 사람의 하강 속도 및 높이가 감소하여 사람의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 또한 감소하게 됩니다. 즉, 사람의 역학적 에너지가 스프링의 탄성 에너지로 변환됩니다.

(3) 최소 높이 도달: 사람의 높이가 더 이상 낮아지지 않을 때 스프링은 최대로 인장 된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스프링의 탄성 에너지는 최대치에 달합니다.

(4) 스프링 수축: 스프링이 원래대로 되돌아가려는 탄성력에 의해 수축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스프링에 저장되었던 탄성 에너지는 다시 사람의 역학적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이에 따라 사람의 상승 속도 및 높이는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5) 트램폴린 위에서 상승: 스프링에서 발생한 탄성 에너지가 사람의 역학적 에너지로 모두 전환된 후에는 역학적 에너지 안에서 운동 에너지가 퍼텐셜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사람이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에는 운동 에너지가 모두 퍼텐셜 에너지로 변환됩니다.

(6) 사람이 다시 트램폴린으로 떨어지는 동안에는 퍼텐셜 에너지가 다시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며, 다시 1-5의 과정을 반복합니다.


트램폴린에서 점프를 하면 사람의 역학적 에너지가 트램폴린 스프링의 탄성 에너지로 변환된 후 다시 역학적 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이 발생합니다. 이때, 매트 위에서 무릎을 굽혀 점프를 하는 등 에너지가 추가되면 이전 높이보다 더 높고 빠르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요인에 의해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있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프 높이가 감소하게 됩니다.


이중 바운스, double bounce

원리를 이해했다면 더 높이 점프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죠. 바로 트램폴린의 스프링을 더욱 늘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옆에 있는 친구를 더 높이 뛰어오르게 만들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트램폴린 위에서 남녀 두 명이 점프할 때 여성과 트램폴린의 위치 변화(위) 및 에너지 변화(아래). [1]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위 그림 역시 유튜브 영상[1]의 일부를 갈무리하였고, 각 순간에서의 에너지 변화를 도식화하여 나타냈습니다. 이때, 남자는 여자를 더 높이 뛰게 만드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1-2) 남-매트 위: 여자가 하강하는 동안 남자는 먼저 트램폴린 매트에 닿아 있고 스프링을 인장 시키기 시작합니다.

(2-3) 여-매트 위: 여자가 매트에 닿았을 때 스프링은 일부 인장되어 탄성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 남자와 여자 모두 매트를 눌러 스프링을 강하게 인장 시킵니다. 스프링은 홀로 점프할 때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인장 할 수 있게 되고, 탄성 에너지 또한 많이 변환됩니다.

(3-5) 상승 시작: 여자가 최소 높이에 도달한 후 스프링은 수축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남자는 점프를 하여 매트에서 발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그러면 스프링의 탄성 에너지는 모두 여자의 역학적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스프링은 두 명의 역학적 에너지를 탄성 에너지로 저장하였기 때문에 여자에게 전환되는 역학적 에너지는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많아집니다.

(6) 이렇게 많은 역학적 에너지를 가진 여자는 기존에 비해 더 높고 빠르게 상승하게 됩니다.


트램폴린에서 두 명이서 점프를 하면 두 사람의 역학적 에너지가 모두 트램폴린 스프링의 탄성 에너지로 변환되고, 이를 한 명이 다 받게 된다면 훨씬 더 많은 역학적 에너지로 변환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이중 바운스(double bounce)라고 합니다.


이중 바운스의 점프 타이밍

이중 바운스의 원리에서 한 가지 중요한 변수가 있다는 걸 눈치채셨나요? 바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점프 간격입니다. 남자가 너무 빨리 점프한다면 여자가 매트에 닿을 때 스프링이 전혀 안 늘어났을 수도 있고, 남자가 너무 늦게 점프를 한다면 여자에게 탄성 에너지가 전달이 잘 안 될 수 있습니다.

제 글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이중 바운스를 연구한 놀라운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시드니 공과대학(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의 데이비드 이거(David Eager)와 시레이 조우(Shilei Zhou) 등 연구진들은 이중 바운스가 정확히 어떤 원리로 발생하는지를 트램폴린 동적 모델(trampoline dynamic model)을 기반으로 분석하여 2022년 센서(Sensors)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였습니다 [2]. 이 논문을 통해 이중 바운스에서 점프 타이밍에 따른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 1(빨간 선)과 공 2(파란 선)의 시간에 따른 변위, 속도, 가속도 변화. [2]

먼저 논문에서는 트램폴린 동적 모델로 구현한 트램폴린이 실험과 잘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질량 20 kg의 공 1과 15 kg의 공 2를 1 m 높이에서 시간 간격을 두고 트램폴린에 떨어뜨렸을 때 공의 시간에 따른 변위, 속도 및 가속도를 분석하였습니다.

0.25초의 시간 간격을 두었을 때, 공 1과 공 2는 서로 개별적인 바운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전혀 없다는 뜻이죠. 이때, 공 1과 2는 최대 속도가 약 4 m/s입니다.

0.1초의 시간 간격을 두었을 때는 공 1이 최소 높이까지 하강한 후 상승하기 시작할 때쯤 공 2가 트램폴린에 닿았습니다. 공 1에 의해 스프링이 인장 된 상태에서 공 2가 도달했기 때문에 공 2는 많은 탄성 에너지를 받아 상승할 수 있었습니다. 공 2의 최대 속도는 약 5 m/s에 달했고, 1 m 높이에서 떨어졌으나 최대 약 1.25 m 높이까지 상승하였습니다. 반면에 공 1은 최대 속도가 약 3.5 m/s로 줄었고, 최대 높이는 약 0.5 m로 감소하였습니다. 즉, 이중 바운스 효과로 인해 공 1의 역학적 에너지가 스프링의 탄성 에너지를 거쳐 공 2로 전달된 것입니다.

0.05초의 시간 간격을 두었을 때는 가장 큰 이중 바운스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공 1이 최소 높이까지 하강한 직후 공 2가 트램폴린에 닿았고, 이때 공 1의 속도는 약 1 m/s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공 1에 의해 변환된 탄성 에너지는 공 2로 많이 전달되어 공 2의 최대 속도는 6 m/s, 최대 높이는 약 1.8 m에 달하였습니다.

위의 결과로 볼 때 이중 바운스는 먼저 떨어진 물체 또는 사람이 최소 높이까지 하강했을 때 다음 물체 또는 사람이 뒤이어 떨어졌을 경우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떨어진 물체 또는 사람의 역학적 에너지를 스프링의 탄성 에너지로 전달하고, 이를 나중에 떨어진 물체 또는 사람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얼마나 높이 뛸 수 있다고?

정리하자면 트램폴린의 스프링에 탄성 에너지를 저장한 후 다시 되돌려 받으면서 높이 뛰는 것이 가능하고, 둘이서 뛸 경우 상대방이 스프링을 인장 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더 많은 탄성 에너지를 받는 것이 가능하여 더욱 높이 뛸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더 발전시킨다면 트램폴린으로 사람이 가장 높이 뛸 수 있는 높이란 트램폴린의 스프링들을 끊어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로 인장 시킨 후 점프했을 때의 높이입니다. 이 최대 높이는 트램폴린의 크기, 스프링의 탄성계수, 사람의 무게 및 점프력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컨대 가장 극한의 조건을 갖춘다면 10 m 높이(약 3층 건물 높이)까지도 점프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의! 앞 설명한 이중 바운스 방법을 절대 위험하게 따라 하지 마세요. 너무 높이 뛰어올라서 착지할 때 다칠 수 있습니다. 트램폴린은 놀이와 운동으로만 즐겨주세요! :) - EngNerd



Copyright EngNerd. All rights reserved.


P.S. 해당 글의 일부는 ChatGPT의 답변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창작의 고통을 덜게 해 준 OpenAI 사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해당 글은 유튜버 '사물궁이 잡학지식'에게 의뢰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참고자료 & 그림 및 영상 출처

1. Corporis, “Trampoline Double Bounces Explained”, Youtube; https://youtu.be/ZhLPGIKuiac

2. Eager, D., Zhou, S., Ishac, K., Hossain, I., Richards, A., & Sharwood, L. N. (2022). Investigation into the Trampoline Dynamic Characteristics and Analysis of Double Bounce Vibrations. Sensors, 22(8), 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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