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직장인을 위한 업무 자동화
은행권을 중심으로 2016년부터 RPA(Robot Process Automation)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기계적으로 반복하던 루틴한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엑셀 등에서 제공되던 매크로 기능과 다른 점은 단일 소프트웨어, 제한된 컴퓨터가 아니라 회사 내는 물론 외부의 여러 시스템을 넘나 들면서 규칙적으로 하는 일을 자동화한다는 점이다.
사실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연결해 자동화해주는 IFTTT(If This Is Then That)라는 2014년부터 시작된 서비스에서 이같은 개념은 선보였었다. 그걸 업무용에 최적화한 것이 RPA이다.
IFTTT는 다양한 채널을 넘나들면서 사용자가 지정한 트리거가 이루어지면 액션이 실행되는 방식의 자동화 서비스이다.
RPA는 생산성을 높여주고 사람의 실수로 발생되는 문제를 최소화해준다. 일례를 들어 매주, 매일 주간 업무보고를 위해 ERP의 매출 집계와 상품별 판매량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서 엑셀에 기입하고 전주, 전일 대비 증감률을 기록하는 반복적인 업무를 RPA를 이용해 처리하면 10~20분 걸릴 일이 1초만에 해결이 가능해진다. 또한, 숫자를 잘못 입력하거나 연산 기호를 잘못 넣어서 발생하는 문제도 미연에 방지해 사고를 예방하고 방지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RPA 도입을 통해서 단순 반복 업무나 기계적인 업무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해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집중함으로써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생산성 향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 산업 전분야에서 RPA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의 주요 금융사나 회계 업무에 RPA가 도입되고 있다. 고객 가입 절차 시의 신분증 위조 검증이나 비대면 계좌 승인 처리, 고객에 보내는 등기우편 발송 결과 취합 등의 업무 자동화에 실질적 성과를 얻고 있다. 제조에서는 거래처 등록과 자재, 생산관리를 위한 데이터 조회와 ERP 등록, 판매코드 기준 데이터 집계,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출장비와 매입 세금계산서 처리 등에 RPA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유통에서는 재고관리 입력, POS 데이터 입력과 일 월 마감 업무 처리 등에 이용하고 있다.
RPA를 기업에서 도입할 때 가장 큰 강점은 다른 IT 시스템의 도입과는 달리 단시간 내 적용 가능하고 비용이 적다는 점이다. 단, 모든 업무에 RPA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가 RPA로 대체 가능한 대상이다. 정해진 규칙에 근거하지 않은 의사결정권자의 생각과 판단까지 RPA가 대신할 수는 없다. RPA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 만일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라면 RPA가 업무를 처리하는 도중에 사람이 개입해서 판단을 내린 이후 RPA가 이어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므로 RPA가 수행 가능한 업무는 규칙에 기반해서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일, 반복적인 업무, 구조화된 데이터의 처리에 적합하다. 특히 노동 집약적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여러 시스템에 접근해서 확인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일례로, 특정 시스템에 로그인해서 업데이트된 데이터 값을 복사해서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해 붙여넣기하고, 기존 데이터 값과 비교해 특정 조건에 해당할 경우 약속한 기준에 의거해 자료를 정리해 파일을 생성해 이메일로 전송하는 일련의 작업을 RPA로 처리할 수 있다.
이같은 RPA를 도입할 때에는 어떤 업무에 적용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이때, 업무 소요시간, 건수, 이를 수행하는 인원수에 기반하여 RPA로 대체할 때의 비용과 기존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단순 인건비와 RPA 개발과 유지비로만 계산해서는 안되고 RPA로 인해서 얻게 되는 부수효과인 정확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즉, 기존에 사람이 함으로써 발생되는 실수와 오류로 인한 기회비용을 고려해서 RPA 도입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즉, RPA의 도입은 시간당 생산성을 높이는 것 뿐 아니라 정확성과 안정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한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사실 RPA가 보다 범용적으로 발전해서 기업 전사적 차원에서 동작되는 것이 AI이다. 즉, 개인 단위의 업무 개선이나 제한된 영역에서의 도입이 아닌 보다 광범위하고 장기적 차원의 큰 규모로 확대되어 회사의 프로세스와 체계를 크게 바꿀 수 있는 것이 AI이다. 그렇다보니 AI는 RPA에 비해 보다 장기적이면서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RPA는 당장의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개별 단위의 업무 향상을 도와주는 툴이라 적은 비용을 투자해 단기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RPA를 도입하면서 업무 생산성이 개선되고 이를 전 분야로 확대하며 그 범위와 규모를 늘려가다보면 AI를 어느 영역에 어떻게 적용해서 회사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개선할 것인지 방향 수립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RPA를 통해 쌓게 된 정보와 지식, 경험이 AI를 도입하고 적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단, RPA든 AI든 이런 기술의 도입은 내 개인의 업무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게 한다. 그런 프로세스에 적응을 빨리 해야만 RPA 도입으로 인한 실질적인 업무 생산성이 향상된다. 단,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일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20년 전 결재를 받기 위해 결재판을 들고 과장님, 부장님, 상무님을 찾아 다니며 구두 설명을 하고 대면해서 싸인을 받아야 했던 것이 전자결재 시스템의 도입으로 이제 스마트폰에서 내용 확인 후 바로 결재가 가능해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바뀐 전자결재를 거부하고 이전과 같은 결재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전자결재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할리 없다. 그러면 도구는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비효율을 안고 사는 것이다.
RPA나 AI는 도구이다. 앞으로 우리는 이와 같은 AI를 디지털 직원 삼아 함께 일해야 한다. 이렇게 디지털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의 일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바뀐 도구에 맞게 개인의 일하는 습관과 업무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도구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