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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아리 Jul 17. 2024

야, 그건 속으로만 생각했어야지!

너희한테 이렇게 가끔 놀란다.

현준아,

올해 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나의 귀염둥이-


우리 만난 지 한 학기가 다 되어가는데

매 시간

너는

선생님의 앙다문 입술과 고개 끄덕임의 신호를 받는다. 그지?


"미안한데 정말 하나도 못 알아보겠어. 다시 써와."

"풀을 왜 손에 바르고 있니?"

"입 안에 음식 다 보인다!"

"왜 무릎이 뒤를 보고 있나요?"

"복도에서 춤추는거? 교실로 들어가!


그럴 때면

넌 위아래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 얄금히 날 쳐다보지.


언제쯤 내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날래?




"선생님! 오늘 체육 시간에 현준이가 화가 엄청났어요!"

"왜?"

마침 4교시 시작종이 울린다.


"현준아, 너 왜 체육시간에 영진이한테 화낸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그래, 얘기해 봐"

"아니~ 영진이가 그러면 안 되거든요."

"뭘?"

"아니, 영진이가 진희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되거든요."

"뭐라고 했는데?"

"아니... 진희가 장애인이라서 그렇다고..."

그러자 영진이가 발끈한다.

"아니, 나는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배구를 어려워하니까 그래서..."

"아니! 그럼 속으로만 생각했어야지! 왜 앞에서 말해. 그게 잘못된 거지!"

"싫어하지 않았는데?"

"기분 나빴을 수 있잖아!!"


우리 반은 통합학급이고 진희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이다.

아이들이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특별히 다르게 대하지도 않고, 가끔은 도와주기도 하며 평범하게 지냈다.

10살, 아직 어리니까 자세히 모르는 듯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거다.


오늘

영진이가 진희에게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

현준이는 화가 무지났다.




늘 아가야 같은 현준아,

오늘 선생님은

네 안에 있는

듬직한 현준이를 만나서 반가웠다.


종종

오늘 본 현준이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맙다.

선생님 아까 눈물 찔끔- 했어.


오늘 점심시간엔

너의 노래와 엉덩이 춤을

견디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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