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가 욕구를 이긴다면
교사들에게는 나름 직업병?일까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가장 싫어하는 것 = 거짓말'
복도에서 씬나게 뛰었든
친구를 놀렸든
"네, 제가 그랬습니다."
인정하면 거의 거기서 끝.
"그래, 앞으론 그러지마."로 마무리 된다.
왜냐하면 인정했으니까.
그 모습이 예쁘고, 고맙고, 왠지 모를 안도감도 생긴다.
그런데 인정을 안하면 그때부터
그 아이의 과거, 현재, 미래의 삶을 여행하게 된다.
"요녀석은 계속 이렇게 거짓말을 했을까?"
"이대로 넘어가면 다음에 또 하겠지?"
"계속 거짓말하면 나중에 커서 잘못되면 어쩌지?"
이런 엄마를 둔 내 아이는
거짓말에 있어서 얼마나 큰 기대치를 한 몸에 받고 있을까.
알지만, 미안하지만
너만큼은 크든 작든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아들, 요즘 뿌셔뿌셔랑 젤리를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은데..."
"네, 안 먹을게요."
"안먹는다는건 지키지 못할 말이잖아. 줄이자는 거지."
"네, 줄일게요."
"그리고 엄마 몰래 먹지말고 먹고 싶을 땐 당당하게 먹어. 엄마는 양을 줄이자는거야."
"네, 그럴게요."
뭐지. 이런 평화로운 대화는...
그럴때가 있다.
뭔가 그 곳에 가고 싶을 때
뭔가 거기를 보고 싶을 때
본능이 이끈다고 해야할까.
그렇지~
학원 가방 바닥
책꽂이 후미진 곳에서
발견되는 과자봉지들.
아후. 웃음이 나왔다.
정말이지 자식은 내 뜻대로 안된다.
과자를 너무도 좋아하고, 과자 하나 엄마 아빠한테 주는걸 그토록 힘들어하는 우리 집 과자귀신.
"아들, 뭐 할 말없니? 하며 기회를 준들
증거품을 들이대며 "이게 뭐야!" 샤우팅한들
과자귀신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더 고난도의 거짓말이 등장할지도.
다음 날, 도서관가는 길 편의점 앞에 멈춰섰다.
"엄마, 내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읭? 정말?"
"엄마, 빵파레 좋아하지? 그거 먹자. 오~ 엄마 이거 2+1이야!"
"너 엄마한테 아이스크림 사주면 용돈 줄어드는데 괜찮아?"
"응"
"아들, 과자가 그렇게 좋아?"
"응, 맛있어."
"맛있는 건 엄마도 아는데, 엄마도 어렸을 때 엄청 먹었거든."
"진짜?"
"정말 많이 먹었지."
"그런게 어딨어! 근데 왜 나는 많이 못 먹게해?!"
"엄마니까. 엄마가 되니까 자식이 몸에 좋지 않는 과자를 먹는걸 보면 말리고 싶어. 사실 몸에 안좋은 건 너도 잘 알잖아. 성격 형성에도 안좋대. 호옥시 네 짜증이 과자 때..문..? 엄마도 지금 후회돼. 왜 안 좋은 음식들을 내 몸 속에 그렇게 넣었는지. 엄마도 과자를 끊기 어려웠는데 안먹다보니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아."
"알겠어. 나도 줄일게."
"아들, 엄마가 제안을 하나 해보려고 하는데... 일요일에 네가 먹고 싶은 과자 2개를 사자. 그리고 다음 토요일까지 그 과자를 먹는거야. 네 용돈으로는 과자 사먹지 말고. 어때?"
"아니 3개!"
"그래, 3개 하자."
"대신 일요일 밤에 산 과자 3개를 6일 동안 먹어야 해. 양 조절을 스스로 해봐. 일요일에 다 먹으면 평일에 먹을 과자가 없잖아."
"알겠어. 해볼게."
"그리고 서서히 조절해보자. 만약에 양조절이 어렵거나 실패하면 엄마가 과자 또 사줄테니까 몰래 사먹지 말고 알겠지? 정직하게 노력해보자. 할 수 있겠어?"
"네!"
그 날 저녁 우리집 과자 귀신은 꽃게랑, 양파링, 쫄병을 샀다.
한 번 뜯은 과자는 순식간에 흡입. 눈에 보이는대로 먹는다.
이렇듯 과자양 조절을 못하기에 집에 한꺼번에 과자를 사놓은 적이 없다.
그래도 해보기로 했다.
실천 첫 주는 일요일 저녁 1개, 월요일 오후 2개, 이틀만에 과자 3개가 끝이 났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참았다.
"엄마, 과자 다 먹었어. 어쩌지?"
"괜찮아. 또 사러 가자."
"미안해요."
"쉽지 않지. 노력해보자."
그 다음 일요일 저녁 과자 귀신은 또 꽃게랑, 새우깡, 하리보 젤리를 샀다.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잘자."
아이가 앉아있던 자리에 남겨진 꽃게랑 봉지.
오른쪽 귀퉁이 작은 집게가 꽂혀있는 꽂게랑 봉지.
아들, 너 이거 양조절한거니?
아이의 욕구를 인정하는 것.
아이의 행동을 허용하는 것.
줄였으면 하는 행동을 함께 조절해 나가는 것.
인정을 통한 마음의 안정이 생길 때
설득을 통한 자기 다짐이 세워질 때
자기 조절을 통한 자신감이 생길 때
거짓말은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의 거짓말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를 다시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