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적절한 어휘를 썼을뿐인데?
"엄마~~~"
사전이 떡하니 옆에 있는데도 어휘가 막히면 저렇게 부른다.
그래, '시리'나 '지니'처럼 '엄마'를 부르면 편하겠지.
이제 '그럼에도 엄마를 부르지 않겠어.'라는 생각이 들게 해 줄까.
"엄마~~ '분수'가 뭐예요? 수학에 그 분수는 아닌 것 같은데..."
아마도 '네 분수(分數)를 알라.'에 그 '분수'같다.
"엄마가 그 단어가 쓰이는 상황을 연기해 볼게. 한 번 생각해 봐."
"네"
한심하다는 표정과 뉘앙스를 가득담아
"니 분수를 알아라!"
그러자 아이가 매우 흥분하며 기가 차다는 듯이 곧장 대답한다.
"너나 잘해!"
순간 둘이 빵-터져 한참을 웃었다.
"너 뜻 알고 있었어?"
"아니"
"근데 왜 그렇게 대답했어?"
"뭔가 엄마 말이 기분 나빴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어."
"무슨 뜻 같아?"
"뭔가 남을 비웃는 것 같고, 자기를 알아라는 그런 뜻?"
"오~ 맞아."
"근데 엄마 너무 했어. 뭔가 진심이 느껴졌어."
"아닌데~^^"
(들켰다.)
"엄마~~ '객관적(客觀的)이다'는 무슨 뜻이에요?"
"잘 들어봐. 우리 아들은 내 눈에는 이 세상 최고의 미남입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는..."
"아~ 뭔지 알겠다. 근데 왜 기분이 나쁘지..."
"아닌데~^^"
(들켰다.)
"엄마~ '부작용(副作用)'은 뭐예요?"
"잘 들어봐.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에 다양한 편리함을 주지만 반면-"
"아~ 알겠어요."
"아직 다 말 안 했는데?"
"반면-에서 느낌이 왔어. 안 들어도 알 것 같아. 왠지 나한테 하는 말 같아."
(들켰다.)
"엄마~ 나 이거 학원선생님이 미션 통과했다고 주셨어요!"
"네가 좋아하는 과자네. 나중에 저녁 먹고 먹자."
뿌시럭 뿌시럭 거리는 소리.
설거지하다 뒤를 돌아보니 거실 한가운데 누워 과자를 혼자 먹고 있다.
"아들, '엄마 아빠 드세요.' 말도 안 하고 혼자 그렇게 먹는 거야?"
"아니, 이건 내가 학원에서 잘해서 받은 건데 왜 나눠먹어야 하는 건데~~~"
과자 귀신 오랜만에 이성을 잃었다.
게다가 잠도 오니 더 정신줄을 놓고 앙탈부리니 못 봐주겠다.
"아들, 그건 '소인배(小人輩)의 행동'이야."
일그러지는 아이의 표정...
"엄마..."
"왜?"
"엄마가 나한테 욕을 하지 않았는데 욕을 들은 기분이야. 소인배 안 좋은 뜻이지?"
"보통 속이 아주 좁고 좀 비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그렇게 부르지."
"와... 아들한테... 이건 아니다."
"아니, 네가 '소인배'라는 건 아니고, 아까 네가 한 행동이 마치 '소인배의 행동'과 비슷하다는 거지."
"됐어. 지금은 엄마랑 말하고 싶지 않아!"
(들켰다.)
넌 기분 나빠했지만 뭔가 이 짜릿한 통쾌함은 뭘까.
정말 맛있는 치즈케익 한 입 먹은 기분이랄까.
평소 너의 억지와 징징거림에 쌓였던 스트레스와 피로가 확 사라지는 그런-
아들아,
고로 사람은 배워야 해.
그럼 소리 지르지 않고, 웃으면서 고상하게 상대를 이길 수 있어.
나비처럼 날다 벌처럼 쏘는 거야.
'어휘, 지식 그리고 지혜'라는 침으로.
언젠가 너에게도 정말 하는 말과 행동이 가관인 사춘기가 오겠지.
너의 사춘기로 엄마, 아빠의 기분이 나빠질 거라면
차라기 고품격 기분 나쁨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공부보다 건강이 우선이라고 하면서, 내가 피곤해서 쉬겠다고 하는데도 '오늘 할 일 조금이라도 하고 쉬는 게 어때?'라고 하다니, 엄마는 너무 '모순에 어불성설'이에요!"
라고 말한다면...
기분 좋게 기분 나쁠 것 같아.
소위 요즘 대세인 고상한데 센 사람이 되기 위해서
책 많이 읽고, 많이 배우며 수준을 높여가렴.
엄마도 그런 널 만날 준비를 계속해 나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