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게임하는게 이기는 거야
감히 말할 수 있는 다시는 없을
내 교직경력 최고의 아이들이 찾아왔다.
우리가 만든 추억은 나도 아이들도 잊기 어려울 거다.
그 당시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내 기억에 가득한데 20대 중반이 넘어 만난 아이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아이들의 이야기 대부분이 현재와 미래에 대한 걱정과과거에 대한 미련, 후회다.
'그때 정말 내 딴엔 공부 엄청나게 시켰는데 그게 부족했나? 더 시켰어야 했나?'
'그럼에도 이렇게 걱정할 거라면 그때 그냥 애들이랑 신나게 놀기만 할 걸 그랬나?'
아이들과 웃으며 이야기 나누지만 내 마음 한 켠이 무겁고 아프다.
"얘들아, 너희 만약에 지금 다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가면 더 열심히 공부할 거야?"
"아~ 선생님, 아니요~ 핸드폰 때문에 안될 거예요."
"핸드폰?"
"그래도 저희 때는 스마트폰 거의 없었잖아요. 그냥 애들끼리 모여서 논다고 시간 보냈지만 지금 초등학생되면 폰으로 게임하면서 놀아서 (고개를 저으며) 안될걸요."
맞다.
스마트폰이 아이들 손에 쥐어지며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남학생들에게는 게임 중독
여학생들에게는 SNS 중독, 카톡을 통한 학교폭력 증가가 가장 문제이다.
가장 슬픈 건 남학생도 여학생도 모두 점점 멍... 해지고 있다.
20대 중반이 넘은 제자들도 다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간다 해도 스마트폰을 없애주지 않는 한 답이 없다는 걸 아는 거다.
스마트폰 그리고 아이들
"요즘 애들 다 있는데 우리 애만 없으면 안 되잖아요."
"이게 시대의 흐름이라면 받아들여야죠. 무조건 반대한다고 안됩니다."
"스마트폰 없다고, 게임 못한다고 애들이랑 대화가 안 된다고 애가 속상해해요."
맞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즐겁게 사용하나요?"
우리 아들은 늘 불만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며 외삼촌이 핸드폰을 사주었지만 인터넷이 안 되는 일명 '효도폰'이었다.
사촌 형들도 같은 핸드폰을 쓰기에 아이는 입을 꾹 다물며 받았지만 친구들의 화려한 스마트폰 속에 아이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우리 엄마, 아빠는 날 사랑하지 않아.
지속적인 불평과 시위는 내 가슴을 늘 후벼 팠다.
기질이 약하지 않은 우리 아들은
그렇게 엄마한테 퍼부어야 친구들 앞에서 인터넷이 되지않는 핸드폰을 감추어야 하는 자신을 위로할 수 있었을 거다.
나라고 왜 모르겠는가.
학교에도 최신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부러움의 대상이자, 부모에게 사랑 듬뿍 받고 부자인 아이인데.
나는 내 아이가 주눅 들고, 부모에게 사랑을 많이 못 받고, 가난한 아이로 만들고 있으니 내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이 못지않게 나 역시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5년을 버틴 건
아이가 스마트폰을 즐겁게 사용할 수준이 되었음이 보이지 않아서이다.
사실 스마트폰이 필요한 건 게임과 유튜브 시청 아닌가.
지금 네가 과연 그걸 조절하며 할 수 있을까?
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땐 아니야.
그런데 5학년이 되고 아이는 더 거칠어지고 더 과격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그래, 이제는 서서히 만나볼 때가 된 것 같다.
"아들, 엄마가 지난번에 얘기했지? 엄마 게임 좋아해. 게다가 잘해."
"응, 그래서 더 열받아. 엄마는 하면서 나는 못하게 하니까."
"엄마는 한 때 했지. 지금 하진 않지."
"어쨌든!"
"선생님 되고 첫여름 방학 내내 닌텐도로 슈퍼마리오 했어. 결국 끝판을 깼지. 그땐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
"진짜?"
"응. 너무 좋았어. 진짜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하겠더라. 그러고 나선 게임을 안 해."
"왜?"
"엄마는 슈퍼마리오 게임이 너무 좋거든. 그림도 예쁘고, 잔인하거나 그렇지도 않고."
"사실, 너 브롤스타즈 게임 좋아한다고 해서 엄마가 해봤거든."
"진짜?"
"응, 그런데 해보니까 총 쏘고 상대편 죽이고 하던데."
"아 그렇긴 한데... 요즘 게임 대부분 그래. 브롤은 약한 거야."
"그래, 왜 요즘 게임들은 싸우고 전쟁을 할까... 너 게임하고 싶지?"
"당연하지! 나만 못해. 애들 다 한단 말이야!"
"그래, 그동안 잘 참았어. 엄마도 참고 기다렸어. 때가 오길"
"무슨 때?"
"우리 아들이 공부가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일임을 깨닫는 거, 또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 동안 책을 읽은 사람과 게임한 사람의 생각 깊이와 자기 만족도의 차이를 아는 거. 넌 엄마가 게임하라고 해도 아무 생각 없이 자기 할 일도 안 하고 게임만 할 아이가 아니잖아. 이제는."
"맞아. 난 안 그래. 그래도 나도 게임하고 싶어."
"그래, 게임하자."
"진짜?"
"응, 대신 아들아, 즐겁게 하자."
"즐겁지. 게임하면 즐겁잖아."
"엄마가 말하는 즐겁게 게임한다는 건, '아 재밌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지'하며 기분 좋게 화면을 끄는 거야."
"무슨 말이야?"
"너 부자들 부러워하잖아. 유명한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정말 부자거든. 그 사람들도 정말 피땀눈물 흘려가며 그 게임을 만들었지. 그러니 너희가 정신 못 차리고 하는 거잖아. 그래서 너희가 게임할 때마다 그 사람들은 계속 돈을 벌어. 프래프톤이라는 게임 회사 대표는 주식재산만 1771억 원 넘는대."
"헐!"
"너희가 절제 없이 게임하면 해야할 일을 놓쳐 후회하고 부모님이랑 싸우고 그러는 동안에도 게임 개발자들은 계속 돈을 벌어. 난 점점 똑똑해지지 않는데, 난 지금 게임을 하면서도 다 하고 나서도 행복하지 않는데 반대로 게임 개발자들은 계속 부자가 되는거지. 내가 바보 같지 않아? 난 그게 싫은데 자존심 상하잖아. 개발 게임자만 이기는거잖아. 넌 괜찮아?"
"싫어."
"그래, 그래서 똑똑하게 즐겁게 게임하자는 거야. 휴식으로 게임을 하는 거지. 그리고 즐겁게 즐길 만큼만 하는 거야. 난 게임으로 즐거움과 휴식을 얻은 거야. 내 즐거움만큼의 대가만 지불하는 거지. 그럼 나도 개발자도 서로 기분 좋잖아. win-win이지."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래, 한 번 해보자. 즐겁게."
"오예! 그럼 오늘부터 시작?"
"일단 시작은 주말만 했으면 하는데"
"너무해..."
"시작이잖아. 네가 즐겁게 할 수 있는지 보자."
"오케이. 알겠어요. 오예!!! 나도 게임한다!!"
아들은 그렇게 게임을 시작했다.
토요일, 일요일 30분씩.
아들이 한 결 공손해지고 착해졌다. (에휴)게임의 힘은 대단하다.
게임도 게임이지만 자신의 욕구를 인정받아서 그런 것 같다.
아들아, 엄마도 올해 넷플릭스를 알게 되었거든. 너무 재밌더라. 그런데 엄마도 책의 즐거움을 알기 전에 넷플릭스를 알았다면 책을 읽지 않았을 것 같아. 다행인 건 영상을 계속 보다 보니까 죄책감도 생기고 책이 주는 쾌감이 생각나서 필요한 만큼만 보고 끄게 되는 것 같아. 독서의 즐거움을 알고 나서 영상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너도 그러길 바랐단다.
아무튼
즐겁게 해보자. 게임.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