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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아리 Jul 20. 2024

천사 엄마가 되는 방법

나도 안다고. 제일 잘 안다고.

올해 나에게 맡겨진 밤톨 같은 아들.

우리 집 친자식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이렇게 매일 뭐라고 해도 될지

이제는 고민이 될 지경이다.


다양한 행동들이 옆짝지-모둠-반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니

내 레이더는 늘 밤톨 아들을 향해있다.

레이더에 걸리면 잔소리 폭탄 투하-


도덕시간

'사랑이 가득한 우리 집' 단원.

교과서 제재 속 유민이는 혼란스럽다.

학교에서 "어머님 은혜"노래를 배우는 중

노래 가사 속 엄마는 사랑이 가득한데

집에 엄마는 꾸지람과 잔소리 대마왕이다.


"얘들아~ 유민이 마음 공감해??"

"네~~!!!"

"아니요!"


누구야! 밤톨 아들이다.

"저희 엄마는 착하고 천사 같아요."


아이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밤톨 아들을 쳐다본다.

"밤톨아, 넌 엄마한테 야단맞아본 적 없어?"

"네!"

두둥-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이게 무슨 말이야.

야단맞아본 적 없다고?


"밤톨아, 넌 엄마랑 선생님이랑 엄청 비교되겠다."

"..."

"그동안 선생님 때문에 힘들었겠네?"

"..."

말이 없다. 무언의 긍정이다.

"꾸지람 안 하는 엄마가 좋아?"

"그럼요!"


아, 너무 충격적이다.

집과 학교에서 철저한 이중생활을 하는건가

꾸지람을 안하다니


그보다 마음이 무지 무거운 건 왜지.

밤톨이는 "엄마"란 단어에 저렇게 행복한 미소를 짓는데.

내 아들은 "엄마"하면 저런 이미지를 떠올릴 턱이 없을 것 같아서다.

또 한 편으론 밤톨이 엄마가 부럽기도 했다.

꾸지람을 안하면 천사엄마가 될 수 있는 것?!


<2주 후>  

"저의 아침 감정단어는 '행복'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민섭이와 저희 집에서 브롤스타즈를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밤톨이는 매일 게임을 하니?"

"음.. 네!"

"얼마나 하니?"

"1시간 넘게? 2시간 정도? 하는 것 같아요."

"매일 2시간은 하는 거야?"

"그런 것 같아요"

"우와 좋겠다!"

"매일 게임 2시간씩 해서 좋아?"

"네!!"


이것인가.

난 꼭 알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밤톨아, 밤톨이는 만약에 엄마가 게임을 못하게 하면 어떨 것 같아?"

이건 무슨 말이야! 얼굴에 어둠이 깔리며 눈빛이 흔들린다.

"얼마나.. 못하게 해요?"

"못해. 아예 못해"

눈동자가 제자리에 있지 못한다.

"엄마가 게임을 아예 못하게 해. 네가 매일 게임했던 2시간 동안 넌 이제 공부를 해야 해. 그래도 엄마가 지금처럼 좋아?"

"아... 아니요."


밤톨 아들, 미안하다.

선생님이 잠시 너를 고문했지?

용서해 주렴. 그런데

선생님은 지금 몸이 너무 가볍단다.

바로 그거 였구나!


핸드폰. 그리고 게임.

스마트 폰이 없는 우리 아들.

그리고 원 없이 게임을 하지 못하는 우리 아들.


너도

최신형 스마트폰을 가지고

학교에서 그 스마트 폰을 펼쳐 친구들이 보란 듯이 게임을 한다면

그리고 브롤스타즈 순위를 높여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면


너에게 엄마짱. 천사엄마

라는 말을 매일 들을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우린 서로 다툴 일도 없고

서로의 시간과 영역을 지켜주는 최고의 관계가 될 텐데


그걸 너무 잘 알면서도

엄마는 너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엄마 나빠."

"나만 스마트폰 없어."

"내가 젤 가난해."

"내 친구 누구는 또 폰 바꿨어."


그 말을 하는 네 마음도

그걸 듣는 내 마음도


눈 딱 감고 100만원만 쓰면 다 해결되는데.

엄마는 그럴 용기가 없다.


네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주면

한동안 난 천사 엄마가 되겠지만


어느 정도의 한동안이 지난 뒤에

엄마는 그 스마트폰을 네 손에서 뺏기 위해

악마 엄마가 될 거니까.


난 지금

나쁘고

가난하기까지한 엄마지만


분명한 건,

엄마는 돈이 아까워서, 돈이 없어서

너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 게 아니야.


네가 너 자신을 더 사랑하고

스마트 폰을 스스로 켜고 끌 수 있는 아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너를 돕고 있는 중이야.

아주 외롭게.

그걸 너는 모를 뿐.


지금은 몰라도 괜찮아.

엄마는

천사엄마가 되지 않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네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지길

그리고 우린 그걸로 싸우지 않는

그날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그걸 너만 모를 뿐.


(으. 이노무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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