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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아리 Jul 13. 2024

포르쉐는 네가 사렴

난 내 스타일로 너를 사랑하련다.

오랜 시간 곱씹은 끝에
나만의 사랑 방식을 찾아낸 덕분이다.
내 사랑의 방식은 성실함이다.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이은경)-

나도 한 성실하는데.


아침에 도통 먹지 않으려는 아이를 위해 다양한 간편식을 준비해 보고, 오늘 입고 갈 옷을 꺼내 놓아주고 학교 숙제와 준비물은 놓치는 일 없도록 같이 챙기고, 매일 출근 중, 하교 후, 학원 마치고 오는 때에 전화 통화, 지금 배우는 내용과 앞으로 배울 내용을 미리 살펴보고 도움 될만한 장소를 가보거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온다. 빈약한 저녁밥이지만 배달음식에 양보하지 않았고, 한 아이만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스케쥴러를 매주 만들다 보니 ver.50까지 나온 건 안 비밀이다. 아이가 방에서 공부할 때 난 식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노트북 두드리며 일하는 척을 한다.

 

나는 그냥 너에게 성실한 엄마가 되고 싶다.

내가 이것밖에 줄 게 없으니 이거라도 최선을 다하는 거다.


그런데 내 성실함은 '포르쉐를 탄 부모' 앞에선 와르르 무너진다.

 

아이가 학원을 마칠 때면

멋진 차들이 깜빡이를 켜고 저마다의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죄다 값비싼 차들이다.

차 구경하는 재미까지 있을 지경이다.

"엄마, 저 포르쉐. 지율이 아빠차야."

"응 그래"

"엄마, 저 앞에 차가 비싸? 그 앞에 차가 비싸?"

"몰라"

"우리 집 차도 포르쉐였으면 좋겠다"

"..."

100번도 더 듣는 그놈의 좋은 차, 큰 차 타령.

내 시간 X 마음 X 노동을 아무리 곱해도 

포르쉐를 이길 수도, 살 수도 없는 씁쓸함이란.

 

그래, 나도 포르쉐 타고 싶다.

솔직히 나도 부자아빠 부럽다.

이 녀석의 솔직함 때문에

성실한 엄마의 신념은

흔들릴 때가 있다.



아들,

어제 우리 학원 앞에서 새하얗고 커다란 'BMW 스포츠카'를 넋 놓고 봤지.

차에 올라타 부앙-하며 집으로 향하는 네 친구의 뒷모습을 우린 말없이 바라봤지.

네가 또 "아~부럽다~"는 말을 할까 싶어

"너도 저 집에 태어났으면 저런 차 탈 텐데"라는 말로 내가 먼저 선수 쳤지.

웬일로 "아니. 난 성실한 엄마랑 같이 사는 게 더 좋아."라고 말하는데

눈치 빠른 네가 위기를 느낀 건지

밀당을 할 줄 아는 너란 아이


그래, 엄마는

더 성실한 엄마가 되어서 BMW든 마이바흐든 다 이겨버릴 거야.


그리고 기쁜 소식은

브런치 작가를 시작하면서

엄마만의 성실함이 생긴 거야.


매번 네 다이어리만 만들다가

엄마만의 다이어리도 만들었고,

시간 계획을 세울 때

언제 내 일을 하지.라는 생각에 설렌단다.


네가 공부하는 동안

진짜 내 시간이 생김에 신나고

네가 학원에 있는 동안

1층 스벅에서

네 학원, 문제집 서치가 아닌

내 책 읽고, 글 쓰는 재미에

그 시간이 설렌단다.


예전 내 성실함은 너를 위한 것이었지만

이젠 아니야.  

내 성실함은 나를 위한 것일 때 지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


너를 위한, 너에게 바치는 성실함이 아닌

그냥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엄마로서의 성실함을 즐기려고 해.


난 계속 성실한 엄마가 될 거야.  

포르쉐를 타고 널 데리러 가진 못하지만

엄마만의 스타일로 너를 사랑할 거야.


지금처럼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알아서 성실하자.


그리고

아들,

포르쉐는

네가 돈 벌어서 사렴.

나도 아들이 태워주는 포르쉐 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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