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프리랜서 무명 작가의 고군분투 밥벌이 생존기
어쩌면 일을 시작한 후에 더 많은 질문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나잇살이나 먹고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니? 내가 일자리 하나 알아봐 줄까?"와 비슷한 질문으로, 약간의 형태만 바꾼 채 말이다. 물론 이렇게 직설적으로 표현한 사람도 있지만, 에둘러 그만두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심스러운 말투로 종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아르바이트 아닙니다. 프리랜서도 엄연한 직업입니다."라고 톡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나 역시도 확신이 서지 않았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축하의 메시지는 한 마디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시작하기 전부터 들어왔던 말들을 시작한 직후에도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고,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종종 듣고 있다. 이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탈을 쓴 채로 프리랜서로서의 내 삶은 시끌벅적하게 시작되었다.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처럼 주변의 따가운 시선쯤은 가볍게 반사해 낼 수 있을 만큼의 두꺼운 마스크 하나쯤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따가운 시선을 발산하는 대상이 부모여도 배우자여도 친구여도 선후배여도 상관없다. 왜냐면 그들은 확실하지 않은 소문들을 자신들만의 논리에 버무려서, 그 소문을 생생한 목격담 인양 설득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들 주변이나 혹은 주변의 지인 및 기타 등등 어디서 보았건 누구에게 주워 들었건, 자신이 직접 겪어 보지도 않은 왜곡된 이야기들을 마치 불변의 진리인양 믿고, 그 믿음에 확신을 더해 침까지 튀겨가며 역설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들의 안면에 대고 핑크빛 환상에 지나지 않을 꿈만 들이밀겠는가?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프리랜서라는 직업의 장래가 핑크빛 환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무턱대고 반대만 외쳐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경우도 있고. 진심 어린 눈망울로 쳐다보며 애원하듯 속삭이는 간절한 호소도 포함되어 있는데 말이다. 적어도 이들 모두는 내 인생에서 쉽게 외면해버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두꺼운 마스크 하나쯤 갖추지 않고는 도저히 견뎌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프리랜서에 대한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 직장인들처럼 회사라는 든든한(?) 울타리도 없기에 무방비로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힘든 건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일감이 들어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끼니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듯이 말이다. 그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소중한 아들이 남편이 친구가 선후배가, 1 끝짜리 패를 가지고 도박판에서 '올인' 베팅을 한다는데 뜯어말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프리랜서로 살아보지는 않았더라고 이 정도 현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프리랜서를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저 '팔자 좋은 백수가 쉬엄쉬엄 아르바이트나 하며 놀고먹는군!'라는 정도로 치부하기 일쑤다.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할 경우, 제 아무리 프리랜서 할아버지라도 그런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돈 돈 돈 ... 돈을 벌지 못하는 한, 그런 야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 평생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프리랜서들은 그다지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때로는 배우자가 넉넉하게 돈을 벌어다 주기 때문에, 가진 재능 썩히기 아까워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계형에 가깝다.
프리랜서는 풍족한 생활을 꿈꾸면 안 된다고? 그렇다면 선택을 잘못한 거 아니야? 프리랜서는 전부 가난한 거 아니야?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질문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라 생각한다. 막상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라는 직업의 전장으로 뛰어들려 해도 명분이라는 것을 세워야 할진대,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라도 정당화시키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터. 자신과 주변을 설득시킬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은 반드시 던지게 되어 있다. 적어도 '취미 활동으로 등산을 할까 요리를 할까?'의 고민이 아니고서는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당연히 'NO'이다. 모두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도 아니고, 모두가 돈을 못 벌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프리랜서 중 한 사람으로서의 대답이 아니다. 나 역시도 잘 나가는 프리랜서가 아니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잘 나가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소위 잘 나가는 프리랜서들은 대기업 간부 이상의 돈을 벌고 있다고 들었다. 물론, 대기업도 대기업 나름이고 간부도 간부 나름이니, 그냥 많이 번다는 이야기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또한 일감도 골라가며 받을 수 있을 만큼 풍부하여, 양질의 일감만을 쏙쏙 골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비록 나 자신도 그런 잘 나가는 부류에는 속하지 못하지만, 감히 'NO'라고 대답할 수 있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다. 바로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선택할 당시, 그만큼의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높은 목표치를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목표를 향해 천천히 나아갈 수 있었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결국은 내가 세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 목표를 달성했는데 'NO'라고 대답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물론, 꿈을 작게 꾸라는 말은 아니다. 꿈은 원대하게 세울수록 좋다. 하지만 목표는 현실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목표마저 너무 높게 세우면 중간에 포기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듯, 현실과 기대 간의 간극이 클 경우에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쉽게 결론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던가. 물론 잘못된 선택이라 판단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결과적으로 그들에게는 '잘못된 선택이었다'가 맞는 말이다.
결국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것은 바로 목표치와 현실 간의 간극 때문인 것 같다. "OOO 프리랜서는 억대 연봉을 번다더라, 내가 보기엔 그 사람보다 내가 더 잘하는 것 같은데..."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뛰어들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실력은 기본이다. 그 실력을 기반으로 나의 가치를 어떻게 높여 가느냐가 중요하다. 막연한 꿈보다는 현실에 맞는 적절한 계획과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험난한 프리랜서로서의 첫 발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배부른 프리랜서를 꿈꾸며 첫 발을 내디뎠다. 결코 가난한 프리랜서의 삶을 동경한 것이 아니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아닌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는 배부른 프리랜서’가 나의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10년 전, 프리랜서로서의 내 밥벌이 인생은 서서히 바뀌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