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들
"그래요! 우린 함께 떠나야 해요." 대장장이 구제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녀가 물었다.
"그래야만 해요."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얘기를 계속했다.
"함께 멀리 가는 겁니다.
"그건 말도 안 돼요, 구제 씨.
그건 아주 나쁜 짓이라고요•···••
난 결혼한 몸이에요. 잘 아시잖아요?
내겐 아이들도 있고요•••·.
쿠포가 엇나가자 제르베즈는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
대장장이 구제와 구제의 엄마는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주고
새아빠에게 매 맞는 아들도 돌봐주었다.
제르베즈는 여전히 매력 있는 여자였고
구제는 이런 제르베즈에게 손을 내민 것이었다.
안타까운 대목이다.
구제가 제르베즈를 구제하려고 한 것인데
이것이 마지막 기회가 될 줄이야
Auguste Renoir, Bal du moulin de la Galette 1876
Edouard Manet - At the Café - Google Art Project
이 그림들은 쿠포와 랑티에가 자주 드나들던
뮬랭 드 라 갈레트와 카페 콩세르이다.
'뮬랭 드 라 갈레트'는 갈레트 풍차라는 뜻,
19세기말 파리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무도장,
르누아르의 이 그림의 모델이 된 곳,
카페 콩세르는 19세기 중반 파리에서 모든 계층이
즐겨 찾았던 카페 겸 공연장으로
위 작품은 마네의 카페 콩세르 연작 중 하나다.
이 소설에서는 술꾼들이 많이 등장한다.
주변의 노동자들은 월급(여기선 보름치) 날이 되면
술집으로 달려가곤 한다.
아내들이 퇴근시간에 맞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급여를 받아 간다.
"주머니를 탈탈 털린 남자는 몹시 낙담하고 상심한 사내는 아이처럼
굵은 눈물을 쏟아내면서 여인을 뒤따라갔다."
일부 약삭빠른 남자는
양말 속에 돈을 감추거나 뒷 문으로 도망간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비슷한 것 같다.
그렇지만 요즘 신혼부부들의 세태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각자 번 돈은 각자의 소유이고 공통경비는 똑같이 분담해서
지출한다고 한다. 흡사 공동생활을 하는 동거인 같다.
여성이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낭만적일 수도 있는 선술집이지만
주인공 쿠포와 제르베즈에게는 결코 좋을 수 없는
공간이 된다.
나에게 술집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40대의 나는 금단 증상은 있었다.
습관적으로 최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술을 마셔야 했다.
퇴근할 무렵이 되면 동료들에게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곤 했다.
"오늘 시원한 호프나 한잔할까?" "아니면 소주?"
술친구마저 없는 날에는
혼자 귀갓길에 술집을 들렀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집에 와서 마시면 될 일인데
아마도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좋고 그런 공간이 좋아 엿을 게다.
그땐, 술을 마시고 싶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싶을 때면
언제가 그런 자리가 준비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정희네" 같은 곳 말이다.
동훈(이선균)은 퇴근길에 참새 방앗간 같은 그곳을 잠시 들른다.
거기에는 형제들과 조기 축구회원들이 항상 북적 거린다.
동훈의 형처럼 술꾼들도 있지만 대부분 건전하게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 분위기가 정겹게 보였다.
다시 목로주점으로 돌아가서..
쿠포는 제르베즈의 생일날 그녀의 전 정부였던
랑티에를 집으로 데려온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