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베즈의 추락
쿠포의 초대로 제르베즈의 생일잔치에 온 랑티에는
그들 부부 집에서 같이 살게 된다.
쿠포부부는 돈(월세)이 필요했고 랑티에는
두 아들을 곁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쿠포의 알코올 중독 증세는 점점 심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쿠포가 토해 놓은 것들이 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집에 들어온 제르베즈는
발 디딜 틈조차 찾기 어려웠고 이때 랑티에는
제르베즈에게 은밀한 미소를 띠며
자기 방으로 가자고 유혹했다.
"아니, 제발 부탁이에요, 당신 방으로 돌아가요...
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침대 아래쪽에서 올라가면 된다고요...."
제르베즈는 세차게 도리질하면서 힘겹게 버텼다.
제르베즈는 겨우 침대까지 갔지만
역겨운 냄새에 숨 쉬기 조차 힘들었다.
"역겨움이 점점 더 커지면서 그녀
자신조차 시트에 토하고 말 것 같았다."
제르베즈는 몸을 떨면서 점점 통제력을 잃어갔다.
유리창 너머로 나나의 얼굴이 보였다.
아이는 속옷 바람인 어미가 맞은편 다른 남자의
방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서 있었다.
Nana
Édouard Manet, 1877
(에밀졸라의 소설 '나나'의 주인공을 마네가 그린 것,
Demi-Monde, 불어로 반세계라는 의미,
엘리트 집단에서 활동하는 매춘부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여성의 세계를 그림)
쿠포의 엄마는 제르베즈의 이런 행동을 대장장이 구제에게 일러바쳤다.
"아! 어떻게 그럴 수가! 어떻게 그런 일이!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고 나한테 맹세했잖아요.
오! 맙소사! 왜 날 이렇게 아프게 해요"
구제는 절규했다.
제르베즈는 랑티에, 쿠포, 구제 세 명의 남자 사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덫에 갇힌 신세가 된 것이다.
랑티에는 자기를 버리고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와 유혹하고
쿠포는 사고로 인해 마음이 병이 깊어지고 알코올 중독자 신세이며
구제는 마음이 따뜻한 그녀의 안식처였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구제가 떠나게 된 순간이었다.
제르베즈는 술집에서 나오는 쿠포에게 말했다.
"여기 있었네요, 난 계속 기다렸는데... 배고파죽겠어요.
나에게 줄 돈은 없어요?"
하지만 그의 대답에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배가 고프면 당신 주먹이나 처먹으라고!..."
"제르베즈는 배고픔의 고통으로 인해
온몸의 감각이 둔해지는 가운데
시궁창에 빠뜨린 자신의 위엄을 찾으려는 듯
두리번거렸다."
"언젠가 돈이 생기면 독한 브랜디를 마시면서
삶을 마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
제르베즈는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소설은 마치 비참하게 무너져 가는 그녀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이러한 적나라한 표현은 출간과 동시에
엄청난 비난과 찬사를 불러일으켰다.
미화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민중 언어로 쓰인
최초의 민중 소설이었다.
내 주변의 어떤 이는 이 책의 너무나도 비참한 묘사로 인해
끝까지 읽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