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지순한 사랑
배고픔에 참다못한 제르베즈는
거리의 여자들 사이에서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구걸하기
시작했다.
"저기요, 잠깐 제 말 좀........."
"저기요, 잠깐 제 말 좀........."
"저기요, 잠깐 제 말 좀........."
남자들은 여전히 그녀를 지나쳐 갈 뿐이었다.
"저기요, 잠깐 제 말 좀........."
"제르베즈는 선 채로 잠이 들 정도로 기진맥진했고,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유일한 감각은 지독한 추위였다."
"저기요, 잠깐 제 말 좀........."
뒤를 돌아본 남자는 구제였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제르베즈 부인 오! 그래요,
난 아직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어떻게 변하든 내겐 중요하지 않아요, 정말입니다.!"
"키스하는 걸 허락해 주시겠어요?"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미 제르베즈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일까?
지고지순한 사랑은 빅토를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의 순수한 사랑을 연상케 한다.
콰지모도는 집시여인이 처형되자 시체를 껴안은 체 같이 죽는다.
2년 후, 콰지모도를 발견하고 그를 건드리자 먼지가 되어 없어진다는 결말이다.
구제의 사랑도 그러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편, 쿠포는 정신병원에서 격렬하게 미친 듯이 춤을 추며 소리를 지르고 발작한다. 심한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며 사망하고 만다.
그날 이후 제르베즈는 쿠포 흉내를 곧잘 냈고 그렇게 몇 달을 더 버티며 매일 조금씩 굶어 죽어갔다.
제르베즈가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은 빈곤함과 불결함 그리고 삶의 고단함으로 인한 것이었다.
계단 밑 골방에서 이미 시퍼렇게 변해 버린 제르베즈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장의사는 더듬더듬 말했다.
"이제 편히 잠들라고, 어여쁜 부인!"
<목로주점>은 민중을 묘사한 최초의 소설로 거짓 없이 진실을 얘기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민중 전체가 나약하다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내 소설 속 인물들은 본디 성정이 나약한 것이 아니라, 배움이 부족하고, 거친 노동과 비참함이 지배하는 환경 때문에 망가진 것뿐이다. (서문에서)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난다.
한 인간이 주어진 환경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을 극복하려 하지만 결국 굴복하고 만다는 슬픔 현실을 작가의 적나라한 표현으로 보여준다.
지금까지 목로주점을 중심으로 에밀졸라의 작품세계와 당시 프랑스 사회의 한 단면을 살펴보았다.
아래 그림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의 에드가 드가의 작품들이다.
나는 세잔을 통해 <목로주점>과 에밀 졸라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세잔과 결별하게 된 루공마카르 14번째 <작품>이나 드뢰퓌스 사건으로 인한 에밀 졸라의 인생역정을 살펴보고 싶다.
(계속)
에드가 드가
In a café 또는 L’Absinthe(압생트)
에드가 드가
다림질하는 여인
에드가 드가
세탁물을 운반하는 두 여인
에드가 드가
발레/수석무용수
(검은 리본은 스폰서가 있다는 표시이며 뒤에 보이는 남자가 아마도 그녀의 스폰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