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끝날 때까지 특별한 이벤트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기승전결 이랄 것도 없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반려 식물에 물 주기,
차를 몰고 일터에 가기, 항상 같은 곳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기, 숲 속 나무 밑에서 일렁이는 햇살을 바라보고 그 사진들을 매일 찍고 인화하기.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는 지극히 단순하게 살아가는 중년의 남자는 도쿄 토일렛 청소부. 그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매일매일이 똑같은 삶을 사는 우리. 부족함이 충분함이고, 모자람이 완벽함 이란 걸, 진리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
무심코 지나치는 오늘이, 지나고 보면 특별한 보통의 날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는, 나의 최애 영화 About time이 떠올랐다.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듯한 히라야마도, 불성실한 그의 동료도, 가출한 조카도, 주점 여인. 이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결핍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데 왜? 이들이 삶이 퍼펙트한 날들일까?
플라톤의 5가지 행복을 위한 조건이 생각났다.
1. 먹고살기에 조금 부족한 재산
2. 약간 부족한 듯한 외모
3.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4. 두 사람 중 한 명에게 지는 부족한 체력
5. 절반 정도의 박수를 받는 말솜씨
이유는, 완벽을 추구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순간들이 만족이며 행복이라고 말한다.
"코모레비"는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말한다. 이것은, 바로 그 순간에 단 한 번만 존재할 뿐이다. 주인공이 매일 사진을 담아 월별로 박스에 보관하는 사진은 이런 순간을 모으려는 것. 같은 것 같지만 같은 날은 하루도 없다는, 인생은 시시각각 변하는 코모레비 같다는 진리를 말해주는 거라 생각했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스토리에 감미로운 음악을 덤으로 선물 받은 느낌의 영화였다.
관람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