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두 두둑, 베란다 빗물 통을 두드리는 요란한 빗소리가 새벽잠을 깨웠다. 오전 내 여름 장맛비 같은 쏟아붓던 비가 다행히 그쳤고, 배낭을 둘러매고 산책길을 나섰다.
오후 3시.
여의도 샛강에서 걸음을 시작했다. 지난겨울 차갑게 얼었던 땅과 삭막함은 사라지고, 새싹들의 활기로 충만해졌고, 살랑이는 꽃향기는 파도처럼 일렁였다. 시원한 바람이 상큼하게 불어왔다. 씹으면 달달한 맛이 날 것 같은 바람에 햇살은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시원했다. 비 갠 뒤 오후 3시는 경이로웠다.
숲길 중간에 놓인 평상에 온몸을 자연에 내어 주고, 합일한 채 오수에 깊이 빠진 순례자의 모습, 평화로웠다.
오디나무 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시냇물이 콸콸콸 쏟아졌다. 마치 입속에 머금고 있던 물을 밖으로 내뱉는 것처럼. 맑은 물이었다. 오전에 내린 비로 집안에 머물던 사람들이 통행금지가 해방된 듯 숲의 기쁨을 즐기고 있었다. 바람, 구름, 햇살, 풀냄새, 꽃향기, 흙냄새, 시냇물 소리, 새소리를.
하늘과 땅, 숲과 연못, 바람과 물이 맞닿아 있었다. 무릉도원 같았다.
포플러 나무와 일 년 살이 풀꽃, 걷는 사람과 자전거 타는 사람, 아스팔트와 흙길, 그 길을 걷었다.
나는 자연인이다!
라고 외치고 싶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