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저녁이면 우리들은, 우리를 나간 양 떼들이 저녁이 되면 목동을 따라 마치 자기들이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어떤 공간에 모인다.
지하철을 타고 내방역에 내려 분주하게 계단을 오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땅 위로 올라간다. 계절이 바뀌면서 한 때는 뜨거웠던 태양이 서서히 빛을 잃어가며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이 또한 나날이 해는 짧아지고 있어 원래 자기가 나왔던 바다 깊숙한 곳으로 도망치듯 자취를 감춘다. 밤공기는 제법 쌀쌀해져 옷깃을 여미게 하고 사위는 어둠 속으로 잠드는 것처럼 고요해진다. 여름이 지나자마자 이제 계절은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 마음도 스산해진다.
또 누군가는 버스로, 자기차로, 걸어서 방식은 달라도, 벌떼가 화려한 한 송이 작약꽃을 향하여 몰려드는 것처럼 한 곳으로 모여든다. 그렇다. 이들은 소리도 다르고 방식도 다르고 음색도 다르고 실력도 제각각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치 한 사람인 듯 함께 노래하기 위해 이곳으로 이동하는 무리들인 것이다. 그 앙상블의 공간으로 가기 위하여 타는 7층으로 가는 그 엘리베이터는 작은 상자 속에서 시간과 공간이 왜곡되는 기묘한 장치이며, 나 홀로 탄 엘리베이터는 마치 삼켜버릴 듯한 고요함으로 나를 감싸고, 조용한 숨결처럼 위로, 아래도 미끄러지듯 비현실적인 듯한 다른 세상으로 나를 인도한다. 그것은 해리포터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이르는 듯 엘리베이터에도 표시가 없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것처럼 바람결에 실려오듯 다다르게 된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는 맨 먼저 누군가가 도착하고, 일용할 양식을 위해 누군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우렁각시처럼 누군가는 보면대와 의자를 배열하고 또 누군가는 여행길에 들고 왔을 과자며 초콜릿을 아낌없이 내어 주고 누군가는 녹음을 하고 파일을 공유하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아름다운 후기를 써내려가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악보를 준비하고 가져오느라 애를 쓴다.
시계가 7시를 알리면 지휘자의 신호에 맞춰 소리 내는 연습부터 시작한다. 눈, 코, 입이 커지고 눈 뒤가 시원해지는 느낌으로 다들 자신을 변신시킨다. 때론 거칠고 때론 부드럽게 때론 세게 때론 여리게 점점 세게 점점 약하게.
청아한 피아노 전주가 마법처럼 들려온다.
"조그만 산길에 흰 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 때까지 새하얀 산길을 헤메이고 싶소"
그 피아노 음률에 따라 노래의 그 처음 한 소절을 들으면 깜짝 놀라, 온몸의 살갗이 떨리고, 고막을 울리는 진동을 느끼면서, 그것은 마치 뜨거운 한 여름 낮에 폭풍우가 대지를 적시며 내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나를 이끄는 낯선 경험을 하는 것처럼 내 몸 안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 기쁨은 미치 사랑이 그러하듯 나를 채우면서 삶이 덧없지 않고 무해하지 않고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으로 느끼게 한다. 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