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BMW를 좋아한다. 자동차가 아니라 버스, 지하철, 걷기 말이다. 오늘도 나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 속 나의 케렌시아, 문이 열리지 않는 쪽의 출입구 옆 좁은 공간에 몸을 기대고 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무작정 걷다가 영화관이 눈에 띄어 불쑥 들어갔다.
https://youtu.be/3Ge8dhkbOSA?si=e9tI4n6QfOrazc6e
내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다면, 나는 무엇일까?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일까? 아니면 내가 나비의 꿈속에 있는 것일까? 잘 알려진 장자의 호접지몽 이야기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 세상이 실제일 가능성이 10억 분의 1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영화는 이러한 가상세계를 다룬다. 탕웨이는 고고학자다. 어린 딸과 그 딸을 봐주는 엄마를 떠나 먼 나라로 갔다. 그곳은 사막이고 유적 발굴 같은 일을 위해 간 것이었다. 탕웨이와 딸을 매일 영상으로 통화를 한다. 딸은 그런 엄마를 찾아 공항으로 간다. 그러나 엄마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자신의 딸과 매일 영상 통화를 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생생해서 가상의 세계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그 속의 현실 세계조차 가상세계 일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또 다른 여주인공 수지도 매일 남자친구와 화상 통화를 한다. 아침이면 그 남자 친구가 수지에게 영상 전화를 걸어 깨워준다. 그 남자 친구는 현재 우주 정거장 같은 곳에서 일하는 우주인이다. 수지의 진짜 남자친구는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다. 진짜와 똑같은 남자친구와 수시로 영상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가상세계에 있는 인물과 거의 유사하다는 것이다. 스스로 사고하고 스스로 전화도 걸고 그 안에서 스스로 자가발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우리의 현실 세계처럼 말이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탕웨이가 한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고. 자기 딸로 태어나 달라고. 나도 돌아가신 엄마와 다음 생에 다시 만나고 싶었다. 지금의 아내와도 물론이고 두 아들과도 마찬가지다.
불교에서는 전생에 쌓은 500겁의 인연으로 옷깃을 스칠 수 있으며, 5,000겁은 한 동네에 태어나며, 6,000겁은 하룻밤을 같이 한다. 그리고 부부의 인연은 전생에서 7,000겁의 선근이 쌓여 만나는 인연이라고 한다. 1겁(劫)은 1,000년에 한 방울 떨어지는 물방울로 큰 바위에 구멍을 내거나 100년에 한 번씩 내려오는 선녀의 치맛자락에 바위가 닳아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도 한다.
이 영화의 제목은 <원더랜드>이다. 가상의 세계를 다룬 영화는 매트릭스나 13층 등 많이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설정은 처음이었다. 곧 이와 같은 서비스가 상용화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았다. 아니면 이미 어디에선가 실현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평소 '이 세상이 컴퓨터 게임 속의 가상세계 일지도 모른다.'라고 의심했었다. 일론 머스크도 그런 생각을 한다니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주제는 '가상현실'과 '인연' 같았다. 둘 다 관심 가는 분야라 흥미롭게 관람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방지를 위해 이만 생략 코자 한다.
이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 어떤 인연이 있길래 만나게 되었을까? 어떤 규칙이 있을까? 우연일까? 비록 가상의 세계일지라도 이 세상에서 내가 만난 이들을 생각해 보았다. 불교에서 말한 억겁의 인연이 쌓여 이루어진 인연들,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들 우정을 함께 나눈 친구, 선후배들.
먼지처럼 왔다가 가는 인생일지라도 나의 因緣(인연)들은 내 몸 어딘가에 켜켜이 쌓여가고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