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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 Jan 07. 2020

1 Jan : 오늘이 언제 끝날까?

관찰일기 6일 차 

인간이면 누구나 마침내 우뚝 일으켜 세워 세월의 불에 모질게 단련시켜 놓게 마련인 그 조상은 빠른 속도로 금이가고 어느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이제 살려고 몸부림치면서 고통스러워 하는 이 가슴일 뿐이었다. _ 알베르 카뮈 <최초의 인간>


Q6 : 내가 내 삶에서 도대체 뭘 하고 있나? 


A: 뭐하고 사냐고?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불안해하기''불안 달래기' 가 주요 일과다. 

학교를 가거나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거나... 물론 한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늘 불안하다. 그리고 그때문인지 행동조차 잘 하지 않는다. 공부도 운동도. 다시 말해서 나는 내 삶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가난한 인간들에게 과거 (회상을 해보면)  부유한 인간들의 그것보다 빈곤하다고 카뮈는 말했다. 그저 하루를 견디는 것에 급급해 '오늘'에 대한 인식을 하지 않으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보니 기억할만 한 일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살았다. 가난하게. 나에게 오늘은 빨리 사라지기를 기도하는 악이었으며 오지 않았으면 했던 고통의 체감이었다. 밤은 늘 평온했고 아침은 혼란스럽고 불안했다. 그런 습성이 나에게는 일상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다. 


삶의 이야기는 일상에서 쓰여진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에 존재할 수 없다. 나약한 육신을 따가운 빛아래에 드러내지 못한다. 빛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먼지들과 어지러운 색감을 덮어주는 밤이 좋다. 그때 비로소 나는 온전한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며 실제로도 그렇다. 미래에 대해 다짐하고 나를 돌아보며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결국 삶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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