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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지현 Oct 16. 2024

마음 맞는 친구 만들기

1부. 내가 시니어라구요?

- 지현님, 이따 시간되실 때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 너무 좋죠! 10분 후에 뵐까요?"


이직한 지 3주 정도 지났을 무렵, 같은 팀 동료 소영님으로부터 메신저가 왔다. 티타임 제안이었다.


 "혹시 바쁘신데 제가 괜히 시간 뺏은거면 어쩌죠?"

"아니에요. 일도 별로 없어요. 이렇게 놀아도 되는가 걱정인걸요?"


낯선 이방인에게 먼저 내밀어주는 손길은 언제나 반갑다. 각자 자기 할 일 하느라 바쁜 와중에 본인의 업무 시간을 쪼개서 나에게 티타임을 제안해준 팀 동료의 관심이 반갑고 고마웠다. 


"저도 이 회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들 자기 일 하느라 바빠서 서로 대화할 시간이 별로 없더라구요. 특히 재택이라 얼굴 보기도 쉽지 않아서 친해지기 어려운 것 같구요."

"맞아요. 저도 오기 전에 회사 사람들이랑 친해질 수는 있을까 걱정했거든요."


잘 모르고 낯선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얼마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인건지, 나는 오랜만에 긴장을 풀고 툭 터놓은 채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때 그 티타임 이후로 나와 소영님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특히 서로가 팀내 유일한 동갑내기였단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생긴 무언의 공감대는 우리 사이를 더 끈끈하게 해주었다.


"우리 동갑이네요?"

"와 너무 반갑다. 우리 이제 친구하고 지내요."


우리는 팀 내 유일한 동갑내기이자 OB 멤버로 서로를 위로하고 푸념하는 친구가 되었다. 일하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먼저 하소연을 했고 또 위로해줬다. 같은 팀에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큰 힘이었다. 무엇보다도 소영님은 이제 막 이직해서 어리버리했던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했다.  


"소영님, 저 멍청해보일 수 있지만,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당연하죠!"

"회의 자료 보니까 OOO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게 무슨 뜻이에요? 저는 처음 보는 표현이라…"

"이거 저희 회사에서만 쓰는 표현이라 모를 수 있어요. 잠깐만요."


팀 내에서 가장 연차가 높다는 사실은 항상 나에게 족쇄였다. 연차가 높아도 나는 여전히 모르는게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 하지만 ‘고연차’라는 족쇄는 나로 하여금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동갑내기 소영님의 존재는 나에게 한줄기 빛이었다. 나는 나의 모름을 소영님에게 부끄럽지 않게 내보일 수 있었고, 소영님 역시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며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었다. 모든 것이 낯선 회사에서 소영님은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이직한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은 일의 적응도 아니고, 업무의 성과도 아닌 ‘마음 맞는 친구 1명 만들기’이다. 모든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직장은 직장일 뿐, 회사에서 진정한 친구를 만나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서도 평생갈 수 있는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8년이라는 근속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바로 그 증거다. 내가 첫 회사에서 8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마음 맞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봐주시고 본인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주셨던 나의 첫 사수님, 내가 타이타닉 호와 함께 침몰하지 않고 더 크게 성장하길 바라며 진심으로 응원해주셨던 선배 과장님, 화나거나 속상할 때 언제든지 찾아가 푸념하고 퇴근 후 가볍게 맥주 한 잔 할 수 있었던 동기들까지, 8년간 내가 맺어 온 마음 맞는 동료들의 존재는 내가 8년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자 이직을 결심하는데 가장 어렵게 만들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이직을 하면서 내가 또 다시 마음맞는 동료를 만들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다행히 새로운 둥지에 함께 있는 동료들이 모두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어서 내 안의 걱정을 잠시 치워둘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새롭게 만든 마음 맞는 친구 1명 덕분에 새 둥지에서도 잘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고 있다. 


"지현님, 모닝 티타임 콜?"

"전 이미 회사 카페테리아에 있어요. 소영님만 오면 됨"

"오케이 지금 바로 갈게요~"


지겨운 업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수다 원동력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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