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갑질에 걸려들지 않는 방법

세상은 왜 부하직원 편만 드는가!

by 정글

“뭐라고, 이연실 국장이 감봉 2월을 받았다고?”

“어떡하다가?”

“직원한테 갑질을 했대.”


1년 전 우체국을 퇴직한 J 국장, 곧 공로연수를 앞둔 K 국장과 코다리찜을 함께하며 지난 시절을 추억하던 자리였다. 40년 가까이 우체국에서 성실히 근무해 온 이연실 국장이 정년을 1년 앞두고 징계를 받았고, 결국 공로연수 대신 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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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부탁이 ‘갑질’이 되는 시대

부하 직원이 국장의 행동을 하나 둘 기록해 갑질로 신고했다고 한다. 신고 내용은 이랬다. 집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출퇴근하는 직원에게 같은 방향 약속이 있어 한 시간 조퇴하게 하고 퇴근길에 태워달라고 한 일, 관사로 옮겨야 할 소포를 차가 없어 직원에게 실어달라고 부탁한 일, 월요일 주간회의를 위해 국장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아 달라고 한 일 등이었다. 얼핏 보면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직원은 갑질로 받아들였고, 결국 징계를 받아 불명예 퇴직하게 되었다.


갑질 사례는 또 있었다. 사업 실적을 강하게 독려한 P 국장 역시 갑질로 징계를 받아 서기관에서 행정사무관으로 강등, 타지에서 근무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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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강압적인 말투, 직원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태도, 무리한 업무 지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동 등.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소통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소통(疏通)의 사전적 정의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막히지 않고 잘 통함"이다. 조직에서의 소통은 신뢰를 쌓고, 협력을 증진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유연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소통을 위한 세 가지 실천

나는 원래 권위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누군가 나 때문에 불편해한다는 눈빛만 느껴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30년 넘게 권위적인 상사 밑에서 근무하며 다짐했다.'내가 국장이 되면 절대 저런 리더가 되지 않겠다.'라고. 직원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첫째, 열린 국장실

제일 먼저 한 일은 국장실 문을 활짝 열었다. 누구나 격의 없이 와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커피포트에 차를 끓여두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자연스럽게 국장실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오후 3시가 되면 지원과에서 직원들과 함께 유튜브를 틀어놓고 '10분 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모두 어색해했다. 1개월쯤 지나자 소문을 듣고 1층 영업과, 2층 물류과 직원들도 동참했다. 한 달쯤 지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느 날, 직원이 내 방에 들어와 이렇게 말했다. "국장님, 운동 시간인데 빨리 나오세요. 몸이 찌뿌둥해요!


억지로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즐기며 참여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갔다. 운동이 끝난 뒤에는 간단한 간식과 차를 곁들여 자연스럽게 업무 이야기를 나눴다. 조직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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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회의, 소통의 장으로

회의 문화를 바꾸었다. 주간 경영전략회의는 늘 과장과 실장 중심으로만 진행되었다.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을 부서장이 아닌 실무자(팀장과 주임)를 참석하게 했다. 처음엔 다들 낯설어했지만 곧 분위기는 달라졌다. 회의 시작 전 나누는 감사 이야기 속에서 직원들의 집안 사정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번에 제 아들이 과학고에 입학했어요.”

“주말에 어머니 뵙고 왔는데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뿐 아니라 업무에 불편한 사항도 파악할 수 있었다.

“영업과 복사기가 자꾸 걸려서 너무 힘듭니다. 새걸로 교체해 주시면 안 될까요?”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게 진짜 회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회의가 보고가 아닌 공감과 개선의 장으로 바뀌자 분위기가 따듯해졌다. 한 번씩 직원 단체 카톡 채팅방에 커피 쿠폰을 쏘며 작은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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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노조와의 거리,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우체국은 기능직과 일반직 노조가 각각 존재한다. 민감한 문제는 대개 노조를 통해 상부로 전달되기에, 지부장과의 관계는 중요하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지부 사무실에 들러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가끔은 국장실에 초대하거나 술자리를 함께하며 신뢰를 쌓았다.

때로는 승진 청탁 같은 곤란한 부탁도 들어왔다. 무조건 거절하기보다 이해시키고, 가능한 범위에서 도와주려 애썼다. ‘가까우면서도 선을 지키는 관계’를 늘 유지했다. 이 균형이 깨지면 신뢰는 곧 불신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가 근무하는 동안 큰 잡음 없이 무난히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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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은 권위가 아니라 소통이다

나는 늘 생각한다. 소통은 ‘내가 조금 손해 본다’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라고. 밥값, 술값, 커피값에 먼저 지갑을 열고, 축하할 일이 있으면 작은 선물이라도 건네며 직원들을 챙기는 마음. 이런 소소한 행동이 결국 조직을 따뜻하게 만든다.


직위는 언젠가 끝나지만 직원들과 나누는 로맨스는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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