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밥값 내는 사람이 리더!

세상은 왜 부하직원 편만 드는가!

by 정글

“밥값은 복리로 돌아오는 가장 현명한 투자야. 지갑을 여는 순간, 리더가 된다.”


퍼스트 펭귄의 용기, 리더의 솔선수범

<나폴레온 힐의 성공 법칙>에 나오는 '퍼스트 펭귄'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강렬하다. 남극의 펭귄 무리, 그중 바다에 뛰어드는 첫 펭귄. 바다에는 포식자인 바다표범이 득실거리지만, 동시에 그들의 먹이도 바다에 있다.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불확실성의 순간, 망설이는 무리를 뒤로하고 용감하게 뛰어드는 존재. 그것이 바로 퍼스트 펭귄이다.

리더십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어진 일에 앞장서는 사람,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 솔선수범하는 사람이 리더다. 나는 그 리더십의 가장 작고 확실한 표현이 바로 '밥값'에 있다고 믿는다. 밥값은 지불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투자다.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복리 이자로 반드시 돌아온다.


내 별명은 ‘기마이 정‘

여느 때처럼 어제도 술 마시다가 정신줄을 놓고야 말았다. 거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머리가 빠개질 듯 아팠다. 아내가 설거지하면서 그릇이 깨질 것 같이 툭툭 던지며 "허구한 날 술 처마시고, 이혼을 하든지 해야겠다..., "라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옷을 대충 걸치고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빠져나왔다. "오늘부터 집에 들어오지 마~" 아내가 퍼붓는 욕이 돌덩이처럼 뒤통수에 부딪혔다.


택시를 타고 회사 근처 사우나에 땀을 빼고 인근 해장국집에 들렀을 때였다. 밥을 몇 숟갈 뜨는데, K 과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 주사, 밥 안 먹고 나왔나? 아직 밥 안 해줄 시기는 아닌데."

"아닙니다.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갑자기 밥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 얼른 국물을 들이켰다. 계산대 앞에서 과장 밥값까지 계산했다.

"과장님, 천천히 드시고 오세요."

"어, 괜찮은데 내가 내면 되는 데 잘 먹을게"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양복 속주머니에서 어제 마신 술집 영수증이 두 장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또 내가 계산했네.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회사 주무관으로 있을 때 일이다. 늦잠을 자서 근무 시각에 맞춰 겨우 출근했다. 11시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어제 과음으로 속이 쓰리고 신물이 목구멍으로 올라왔다. 사무실을 빠져나와 복국 집에서 복국을 먹고 있었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청장을 비롯한 과장들이 들이닥쳤다.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황급히 일어났다. 점심시간도 아닌데 밥을 먹고 있는 나를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마음이 무거웠다. 아홉 명의 밥값을 함께 계산하고 나왔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하는 게 맞다. 안 해도 되는데'라는 복잡 미묘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때부터 간부들 사이에 내 별명은 '기마이 정‘으로 불렸다.(기마이 : 경상도 사투리. 돈이나 물건을 아끼지 않고 베푸는 기분파)


국장이 되어 지갑을 열다

지갑을 열어서 그런지 뜻밖에 특졀승진햤다. 직원 200여명이 넘는 우체국 국장이 되었다. 하위직일 때는 상사가 계산하면 안 될 것 같아 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았다. '월급도 더 많이 받고 직책급도 있는데 왜 내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나' 싶어 마음이 불편할 때도 있었다. '본전 생각난다'라고 나도 선배들처럼 행동할 수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점심시간. 과장, 실장들과 식사한 후 공통경비로 계산할 때도 있었지만, 값비싼 메뉴를 먹을 때는 내가 미리 계산했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러 갈 때도 직원들보다 내가 차 값을 계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야 마음이 편했다.

시간이 지나자 직원들이 나를 닮아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누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나 눈치를 볼 때가 있다. 마지못해 내고 나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다. 그런데 내가 먼저 지갑을 열기 시작하자, 과장과 실장들도 자연스럽게 먼저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밥 값 문화'는 과장이나 실장이 소속 직원들과 회식이나 차를 마시러 갈 때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리더가 지갑을 열자 조직 분위기가 밝아졌다. 자신들을 위해 먼저 베푸는 리더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신뢰와 존경은 자연스럽게 업무실적이나 고객서비스 실적도 향상되었다. 조직이 활기차고 웃음 넘치는 직장이 되었다.


독서모임에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큰솔나비 독서모임을 8년째 운영하고 있다. 독서모임 슬로건이 '공부해서 남을 주자'이다. 회원들이 남에게 베푸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월 회비 1만 원으로 운영(모임 장소 사용료, 간식, 저자 초청 특강 등) 할 수 있는 비결은 회원들이 아낌없이 지원 덕분이다.

독서모임 시작하기 전 사명을 함께 읽고 시작한다. '목적 있는 독서를 통해 나로부터 비롯되는 변화로 건강한 가정을 세우고 이웃에게 배움은 나누는 리더들의 모임' 사명 덕분인지 연말이 되면 거액을 기부하는 회원이 많다. 밥값이나 찻값 역시 마찬가지다. 회비 통장은 풍성하게 차고 넘친다.


지갑을 여는 사람이 리더다

진정한 리더십은 권위적인 말이나 직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바로 작은 밥값에서부터 시작된다. 지위가 높을수록 더 큰 책임감으로 먼저 베푸는 자세가 필요하다. 펭귄이 생존을 위해 위험한 바다에 먼저 뛰어들듯, 리더는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수다. 밥값을 내는 작은 행동이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고, 신뢰와 존경을 쌓으며, 궁극적으로는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 리더는 밥값을 내는 사람이다. 그 작은 행동이 가장 큰 변화를 만든다.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미래가 됩니다."


내일 33화, 갑질을 넘어 존중의 리더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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