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렴 어때, 건강하게만 태어나줘
유난히 성별을 들으러 가는 길이 떨렸다. 아들? 딸?
임신을 하고나면 아마 가장 궁금한 게 성별이 아닐까? 온 가족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딸이 좋고 아들이 좋고의 기호와는 별개로 그냥 태어나게 될 우리 자식의 성별이 어떤지에 대한 지극히 정상적인 호기심이었다. 사실 임신 중에 각종 검사(기형아, 정밀초음파, 임신당뇨 등)를 할 때마다 아이에게 혹은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진 않을까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난히 성별을 들으러 가는 길은 떨렸다.
'첫 째는 무조건 딸!'을 갖고 싶었던 나였지만 막상 임신을 하고나니 건강하게만 태어나길 바랄 뿐이었다. 그래도 성별이 궁금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12주가 됐을 때부터 초음파 각도법을 봐달라고 여기저기 요청을 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각도법으로 봤던 성별이 맞기는 했으나 완전 정확한 건 아니니 재미로만 볼 것을 추천한다.
아이의 성별은 빠르면 12주부터 확인이 되기도 하고, 보통 15~16주 경에는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 맑음이는 보여주기가 싫었던건지 부끄러웠던 건지 몰라도 자꾸 엎드려있거나 다리를 꼬고 있었다. 두 번 정도 확인을 제대로 못하고 21주가 되어서야 딸이라고 확정을 받았다.
그리고 신랑과 그날 바로 백화점에 기념 선물을 사러갔다. 처음엔 아기 신발만 사올 생각이었는데 보다보니 욕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세트로 사버렸다. 작디작은 배냇저고리와 모자, 신발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어찌나 두근거리던지... 우리 맑음이가 입고 신을 생각을 하니 그저 행복했다. 그리고 우리 딸이 나중에 커서 엄마랑 수다도 떨고 같이 쇼핑도 다닐 생각에 벌써 설레기도 했다. (아빠는 왕따)
"우리 이쁜 맑음이
엄마, 아빠가 주는 첫 선물이야.
이쁘고 건강하게 잘 태어나세요.
19.10.26"
그 때 바람처럼 이쁘고 건강하게 잘 태어나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