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고향 불알친구는 일런 머스크 때문에 비트코인 투자에 확신을 했고, 그 것 때문에 이혼을 결심했다는 얘기를 듣고 고기굽던 집게로 삿대질을 하면서 연속적으로 미친놈을 외쳤다.
전기차의 등장은 훗날 화폐경제를 논할 때 변곡점으로 평가될 것이다. 전기차를 처음 알게된 건 머니투데이에 서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녹색성장태스크포스팀장을 맡아 신재생 에너지 시장을 취재할 당시였다. 2008년 테슬라가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한 첫 전기차 모델을 양산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개막됐다.
당시 GS칼텍스 관련 임원 등과 전기차 시대의 미래를 논하며 전기차 시대는 특정 시점을 지나면 생각보다 빨리 전개될 것이고 정유업체들은 그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격한 논쟁을 했었다. 당시 상대들은 전기차 시대는 우리 세대에선 논할 문제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로부터 5년 정도가 지나서 비트코인을 처음 알게된 뒤 한참이 지나서도 전기차, 정확히 말하면 전기와 비트코인간에 엄청난 시너지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일런 머스크의 지난 십수년간 족적을 보면 그는 비트코인 탄생 직후 이미 그 것이 전기라는 에너지 시장과 맞물려 가치 상승이 급격히 이뤄질 것이란 사실을 간파한 것 같다.
향후 전기와 비트코인은 각자 독립적으로도 막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탄소 제로 시대 석탄과 석유의 대체 에너지는 사실상 전기 밖에 없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의 변화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산할 것인데 바로 태양광 발전이다.
일런 머스크의 인터뷰와 배터리 데이 발표,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그는 2045년까지 탄소 중립 시대가 이뤄진다면 전기 수요는 지금의 세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적으로 전망해도 적어도 지금 인류가 쓰는 전기만큼을 추가로 생산해야 한다.
일런 머스크는 에너지 시장의 급격한 변화속에서 전기 에너지 서플라이체인, 즉 공급망을 장악하는 그림을 그렸다. 전기 생산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전기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매달 20만 원을 전기세로 내는 가정에 테슬라가 태양광 발전 패널과 배터리를 월 3만 원에 제공해 준다고 가정해 보자. 테슬라의 서플라이체인을 통해 월 전기사용료를 5만 원까지 낮출 수 있다면 그 것을 쓰지 않을 가정이 있을까. 공장도 마찬가지다. 월 수천만원의 전기세를 내는 공장이 전기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면 테슬라에 가입 신청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테슬라는 실제 미국 텍사스에서 이같은 서플라이체인 양산 실험을 하고 있다. 가정과 공장에 각각 파워월과 메가팩이라는 배터리 상품을 월 30달러의 구독료를 받고 공급했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의 성능은 압도적이고 물론 유지 보수 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일런 머스크는 펜실베니아 대학 재학시절부터 화성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 마이크로 웨이브로 지구로 전송하는 구상을 했었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이같은 방식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MIT 대학이 이미 증명했다.
일런 머스크는 한 때 비트코인을 받고 테슬라 차를 팔았었다. 비트코인이 전기로 생산되는 자산이어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데 긍정적이란 점을 이유로 댔다. 처음엔 그저 일런 머스크가 비트코인에도 투자를 했나보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필수 에너지와 특정 결재수단간의 짝짓기는 패권의 문제다. 금과 영국 파운드화가 그랬다. 석유와 달러의 관계는 패권문제를 더욱 잘 설명해준다. 베트남 전쟁 당시 금보다 달러를 더 많이 찍어낸 미국은 디폴트를 선언했다. 사실상 국가 부도였는데 프랑스와 영국 등 채권자들은 오히려 이를 묵인했다. 보유한 미국 국채가 한순간에 휴짓조각이 되는 것을 걱정했다.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의 기지로 달러는 석유를 살 수 있는 독점적 화폐로 거듭났고, 찍어내기만 해도 돈이되는 전무후무한 패권을 갖게 됐다.
만약 일런 머스크가 전기 공급망을 독점하고 이를 비트코인으로만 판매하겠다고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각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라는 장벽만 빼고나면 일런 머스크가 전기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단지 시간의 문제다.
전기와 비트코인은 어떻게 페어링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화폐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나는 2005년 이라크 전쟁이 화폐전쟁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월자바보: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정책과 음모'라는 책을 냈다. 이후 달러 등 기축통화의 패권과 그 것을 둘러싼 패권국의 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신문기사와 관련 서적 등을 통해 공부를 해 왔다.
1974년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간의 계약으로 달러는 석유를 구입할 수 있는 배타적인 화폐가 된다. 이는 원화나 엔화로는 석유를 한방울도 살 수 없다는 의미다. 하루 1억 배럴 정도의 석유가 글로벌 거래된다. 2023년 10월19일 기준 국제유가는 대략 100달러고, 하루 거래금액은 100억 달러, 환율을 1000원으로만 계산해도 1하루 10조원에 달한다. 이는 스위프트(SWIFT)라고 불리는 달러결제망을 통해 결제된다. 석유를 사기 위해서는 일단 달러로 환전해야 하고 결제망 이용료를 내야한다.
일런 머스크의 시각으로 보면 이같은 구조는 가격을 높이는 불필요한 비용에 불과하다. 송금수수료와 별도의 결제망 이용료가 없다면 전기 서플라이체인 장악은 보다 쉬워진다. 비트코인의 특성은 정확히 이같은 요구에 부합한다.
일런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해 가장자산거래를 위한 X를 설립하고, 스페이스X가 전세계를 연결하는 위성인터넷 사업을 하는 게 과연 우연일까. 전력시장은 전기차 시장의 1000배다. 일런 머스크가 0.001%에 불과한 전기차 사업을 위해 수퍼하드워커가 됐을리는 없다.
2023년 10월19일 11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코인당 대략 3861만 원, 테슬라 주가는 242.68달러(18일 종가)다. 비트코인 보유자는 세계인구 70억 명 중 1억 명에 불과하고 이들은 모두 개인이다. 일런 머스크의 큰 그림도 이제서야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계경제는 페트로달러에서 일렉트로비트로 구조화됐다. 석유와 달러의 패권이 전기와 비트코인에게 왕좌를 내줄 수 밖에 없다. 구조화는 기차가 레일위에 올라섰다는 뜻이고 종착지까지 정확히 가는 일만 남았다는 의미다. 시간과 인내심간의 싸움만이 남는다.
이혼은 그 지루한 싸움의 첫번째 관문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일런 머스크 때문에 이혼을 결심했다. 그를 만나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