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쓰는 버스 안내양

다이내믹 방콕

by 위키워키

치앙마이에서의 시간을 잠시 멈추고 국내선을 통해 방콕으로 이동하는 날. 공항까지 바래다준 니우와 일주일 후를 기약했다.




방콕은 치앙마이보다 실로 크고 화려하고 복잡해서 슴슴한 뭇국을 먹다 신라면을 맛본 것 같았다. 남쪽으로 내려온 만큼 날씨마저 훨씬 뜨거웠다. 아침 일찍 나섰다 정오쯤 숙소로 복귀해 휴식을 취했고 밤이 되면 또 슬그머니 외출하는 루틴이 반복되었다. 우리처럼 낮 동안 비축한 에너지를 쓰러 밖으로 뛰쳐나온 수많은 관광객, 현지인들과 뒤엉켜 늦은 밤까지 거리를 활보해도 계속해서 새로웠다.

지루할 틈 없는 대신 물가가 치앙마이보다 높았다. 방콕에 먼저 왔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테지만 모든 게 상대적인지라 우리는 모든 면을 치앙마이와 툭하면 비교하곤 했더란다.


치앙마이에서는 거의 구경할 수 없던 도보가 그마저도 사람으로 꽉 찬 거리에서, 훨씬 다양한 상점들과 음식들에 둘러싸인 채 남편이 한 마디 내뱉었다.


"야 여기 완전 크레이지 하다."


치앙마이보다 몇 배는 더 크고 반짝이는 방콕 한복판에서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뿐 아니라 태국에서도 시골쥐가 되어버렸다.



2023년 속 1983년


남편이 하도 노래를 부르는 통에 인당 500밧(2만 원) 짜리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가는 날이 밝았다. 교통비라도 아껴보자며 8밧(320원) 짜리 에어컨이 없는 버스를 탔다. 정확히는 운 좋게도 낡은 버스가 와주었다.


방콕에서는 같은 번호를 가진 버스여도 여러 종류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었고 차체의 컨디션에 따라 요금이 달랐다. 즉 에어컨이 나오는 쾌적하지만 비싼 버스와, 후끈한 매연 바람으로 땀을 식혀야 하지만 저렴한 버스 중 골라 탈 수 있다.


8밧이든 25밧 짜리든 공통점은 아직 '안내원'이 동승하며 요금을 걷고 다닌다는 것.

올라타는 승객에게 일일이 행선지를 묻고 요금을 걷는 안내원을 볼 때면, 그것도 부모님 세대부터 운행했을 법한 낡은 미쓰비시 버스 위에서 볼 때면, 시간을 거스른 듯하여 무언가 어색했다. 언뜻 느낀 이 이질적 인상이 쿠킹호일을 넣어야 할 것만 같은 기다란 통에서 표를 꺼내는 안내원의 손을 보았을 때 극대화 되었다. 그 손에 들린 것이 동전통 말고 또 있었으니 바로 최신 아이폰이었기 때문.


두 대의 버스 중 낡은 버스로 우르르 몰리는 현지인들을 보았을 때도,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툭툭과 제복 입은 기사가 모는 공항택시가 나란히 달리는 것을 보았을 때도 똑같이 느꼈던, 뭐라 형언할 수 없던 이 느낌.


그제야 깨달았다. 이 도시엔 적어도 두 개의 시간대가 공존한다. 한창 성장중이나 그만큼 진통을 겪는 태국의 과도기적 상황을 축약해놓은 순간이기도 했다. 칼로 자르듯 한 시대가 완벽히 지고 나서 새 시대가 올 수야 없겠지만 태국에는, 특히 수도 방콕에는 여러 시대가 팽팽히 공존하고 있었다.

구버스, 신버스, 택시, 오토바이, 썽태우, 툭툭, 지상철이 한눈에.


마음의 고향으로
바다가 가까워 해산물이 풍부하고 다양했다

방콕에서의 일주일은 보고 듣고 맛보느라 정신없을 정도로 바빴다. 오감이 고루고루 자극적이었던 방콕을 뒤로하면서 나와 남편 모두 다시 태국에 온다면 치앙마이로 오자는 데 동의했다. 살아본 지 얼마나 되었다고 치앙마이를 태국의 고향 마냥 여기게 된 것.


수도 나들이를 무사히 마치고 시골쥐 두 마리는 그렇게 다시 북쪽 고향으로 향했다.




전철 자리양보 사인. 맨 왼쪽이 뭘까 고민 끝에 '승려'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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