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데 미안한 치앙마이 물가

by 위키워키

코시국 이전 매년 4천만 명에 육박한 관광객을 끌어들였다는 태국의 매력 중 하나는 저렴한 물가가 아닐까. 같은 태국 내에서도 치앙마이의 물가는 수도 방콕에 비해 20~30% 가량 저렴했다. 여기에 동화된 나머지 우리 부부는 잠시간의 방콕 여행 내내 "왜 이렇게 비싸?"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여행자마다 취향에 따른 선택군이 다르겠지만 우리 부부가 경험한 치앙마이 주요 물가는 아래와 같다.


숙소

1박당 500밧(=2만원)

* 24시간 직원 상주, 매일 청소 및 타월 교체, 엘리베이터/공용 세탁시설 있으며 도심으로부터 택시 15분



식음료

- 식사 :

국수/볶음밥 등 한 그릇 50~80밧(=2000원~3200원)


- 과일 :

망고 1개 30~40밧(=1200원~1600원),

코코넛 1개 30~50밧(=1200원~2000원),

* 손질하지 않은 과일은 더 저렴


- 음료 :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50~100밧(=2000원~4000원),

맥주 600ml 한 병 60~90밧(=2400원~3600원)

* 음식에 비해 음료가 비싼 편


교통

그랩(택시호출 어플) 이용.

숙소 ↔ 도심 편도 15분, 70~100밧(=2800원~4000원)

* 정체되거나 돌아가더라도 추가비용 없음(볼트/맥심/인드라이브가 훨 저렴하나 현지 qr이나 현금결제 必).


골프

회원가 기준 1인당 그린피+카트비+캐디피 1500~1900밧(=60000원~76000원)

* 카트나 캐디 없이 치거나 퍼블릭c.c.가면 더 저렴




한 시간에 비싸도 만 원인 마사지, 직원이 고객보다 많은 주유소, 파트타임 2명을 고용한 동네 작은 슈퍼, 대문 코 앞에 내려주시는 그랩 기사님, 1인당 1명씩 배정되는 캐디, 골프장 해저드에서 맨 눈으로 잠수해 공을 건지는 분들..


떠나온 한국과 크게 다른 전반의 모습들이 지금 2023년이 맞나 싶어 현실감각을 점차 무디게 했고 뉴스도, 카톡도 잘 안 보는 날들이 늘어갔다.



몸을 편하게 하는 이 모든 호강들은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로부터 왔을 것이다. 나의 안락함과 편안함이 누군가의 고됨인 것은 인정해야 했다. 때문에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고달프고 우울할 것이라 내심 단정 지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한 달 지내는 동안 아낌없이 친절한, '꼬인 마음 하나 없이' 본심인 사람들이 많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친구가 된 니우네 뿐 아니라 오며 가며 만난 인연들이 솔직하게 내보여준 모습들은 우리 같은 이방인에게는 먼저 건네준 손과 같았다.



니우 친구 1 : "승려 생활 접고 결혼했더니.. 부인이 출가하겠다고 해서 보내줬어. 인생이 수련이야."


니우 친구 2 : "아이 낳아 키우다 남편과 안 맞아서 이혼했는데 '나'를 알게됐어."(바로 옆에 '여자'친구가 앉아있었다)


니우 친구 3 : "출소하고나서 니우한테 마지막으로 기회를 얻었어."(니우네 가게 한 켠에서 오토바이 수리 보조중)




조그만 마을에 빼곡히 자리 잡은 각양각색 사연들 모두가 저마다의 무게를 지고 있었는데, 흔쾌히 자신을 들려주고 보여주는 눈과 표정에서 '불행'이란 쥐똥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옆 사람까지 전염시키는 특유의 여유와 '이게 뭐 어때서?' 라 말하는 듯한 무던한 눈빛들을 보였다. 사람을 경계하기보다 일단 다가서고 보는 순박함도.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눈 마주치는 것을 꺼리며, 설사 마주쳤다고해도 웃어선 안 된다. 이상하거나, 이상하게 비춰질거니까. 그러나 치앙마이에서 눈을 마주치면 열중 아홉은 웃어주는 듯 했다.


잠깐씩 만나는 상점 주인, 택시 기사, 캐디 한 분까지 대체로 말이 잘 안 통해도 온화하고 친근했다. 중구난방으로 던져둔 빨래를 보시곤 행어를 구해와 테라스에 가지런히 널어주신 관리인 아주머니는 결코 '인건비가 저렴해서'가 아닌, 손이 야무지지 못한 투숙객 2명을 위해 돈으론 환산할 수 없는 정성을 남기신 거였다.

짝 맞춰 널어주신 양말

떨어트린 미트볼을 보시고 새것 두 개를 국물에 툭 넣어주시던 국숫집 사장님, 갑작스러운 차량통제에도 날이 덥다며 굳이 우회해서 코 앞까지 바래다준 기사님 등, 우리가 경험하는 '호강'들이 단순히 값을 지불한 데에 대한 서비스 일뿐 아니라 진심 어린 호의와 따뜻한 선의 덤으로 담고 있다는 걸 어느 순간 느낄 수 있었다. 감사했고 나름의 성의를 표하면서도 미안함이 가시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한국에서 출발하던 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공항버스 안에서 기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동남아 오래갔다 온 사람들은 황제병에 걸려. 캐리어를 제 손으로 안 싣는다니까."


기사님 말대로 변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비용 대비 몸 편한 생활에 익숙해지고 버릇이 되어 한국에 돌아와서도 무심결에 내비치는 것일 테지. 그러나 집에 가는 길에 그 기사님을 다시 만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다.



"기사님 ~ 그런 사람들은 가기 전부터 그랬을 거예요. 절대 실어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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