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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Nov 01. 2024

정답이 뭔지는 몰라

중독자라도 좋아

아침으로 삶은 달걀 두 개와 두유 한잔을 마셨다. 단백질 공급은 좋은데 뭔가 허전하다. 몸에 좋은 것만 먹으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눈치 봐가면서 커피도 한잔 할 겸 쑥송편을 들고 앉았다. 그때를 놓칠세라 짝꿍은 또 한마디 던진다.


"당신은 그게 문제야." 몸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그런 것 하나 자제 못하면 어쩌느냐고 잔소리 한판 여유롭게 깔아준다. 하기는 똑같이 먹어도 배고픔을 모르는 사람은 이해 못 할 일이지만, 눈치 봐가며 송편 몇 개를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나니 흡족한 마음이다. 이 정도는 먹어줘야지.


배고픔을 모르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 자주 배고프고 허한 것은 탄수화물 중독이라서 그래. “ 똑같이 아니, 더 많이 먹어도 뱃속이 허하다는 말은 더 많이 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그럴 땐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제일 속 편한 것은 역시 밥이다.


점심때가 되어 남은 송편 몇 개와 토마토랑 참외를 나눠 먹었다. "나는 더 이상 점심 안 먹어도 된다." 간식 수준으로 점심을 넘기기는 좀 아쉽지만 혼자 꾸역꾸역 먹기도 그렇고 참아야 되겠다. 바쁘게 일을 하든가 밖에서 움직이면 시간도 잘 갈 텐데 집에 있으니 먹을 것만 생각나고 시간은 더 안 간다.


TV에서는 누구 약 올리는지 김밥 말아먹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도 김밥 해 먹을까?

"저녁으로 먹자." 저녁때까지 가려면 아직 세네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 아득하다. 일어나서 후다닥 설치고 싶지만 또 참아야지. 책을 보다 딴짓을 해도 배가 허하니 재미있는 구석이 없다. 안 되겠다 냉장고를 열고 김밥재료 준비를 하고 쌀을 씻어 밥을 안쳤다. 밥이 끓는 소리와 밥냄새가 어찌 그리 좋은지 재료 준비가 끝나자 밥도 다 되었다.


밥솥을 열고 하얀 백비밥 몇 알을 떠서 맛을 보는데 밥맛이 이렇게 달달하고 구수하고 찰지고 맛있을 수가 없다. 밥도 참 잘 되었다. 즉석밥 한 숟가락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데 이런 밥을 먹을 수 없다면 얼마나 ……


밥 한 대접에 참기름과 소금을 넣고 비벼 간을 본다. 적당히 간이 된 고소한 밥 한 숟가락을 또 먹었다. 아, 밥이 어쩜 이렇게 맛있을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눈물 나게 고맙고 감사하다. 며칠 밥 굶은 사람처럼 밥이 이렇게 좋을 수가. 이 맛있는 밥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밥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경관 유동식으로 연명하는 이들은 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없다. 며칠에 한 번씩 배를 움켜잡고 변비로 고생하는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죽은 자는 먹을 수 없는 이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감사하며 먹어야지.


지금까지 밥맛이 없다거나 입맛이 없어서 밥을 거부해 본 적 없고 밥을 이렇게 좋아하니 변비로 고생한 일도 없다. 새삼 맛있는 밥맛에 감동이다. 탄수화물중독이라 구박받으며 밥 안 먹고 하루를 살아보려다가 밥과 더 친해지게 생겼다. 탄수화물 중독 맞긴 맞나 보다.


탄수화물 중독자라고 구박받으면서도 할 말은 많다. 열심히 밥을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일하는 거라고. 전국농민대표들이 모여 정부와 전 국민들을 향해 쌀값 정상화를 호소하며 힘들어하는 그들을 생각하면 밥을 포기할 수 없다. 너도나도 밥 한술 더 먹어줘야 농민이 살고 나도 살고 우리 모두가 잘 사는 거니까.


김밥을 앞에 놓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으면서 밥맛이 이렇게 좋을 수가 이런 밥을 못 먹게 하다니. 그랬더니 "당신 오늘 배고팠구나" 나 혼자 있었으면 빵이라도 먹었을 텐데 구박당할까 봐 배고파도 눈치 보느라 못 먹었지. 허허 웃으며 역시 "당신 김밥이 맛있단 말이야." 뭐라도 많이 먹는 게 없고 배고픈 줄을 모르는 사람인데 자기도 배고팠구먼.


쌀의 소중함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맛있는 밥의 소중함을 한번 더 느낀다. 배고팠던 시절도 있었지만 몸이 살찌고 성인병이 생기고 건강에 문제가 되니 탄수화물을 타박하며 쌀밥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당연 1순위는 밥이다. 밥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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