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들의 반란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만 하필이면 두쪽일까. 무생물들도 오랫동안 함께 살면 서로 통하는 게 있을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깨지고 부서져도 꼭 두쪽이다. 상황은 다르게 일어났는데 결과는 똑같다.
아침부터 쨍그랑 밥그릇 뚜껑을 깨 먹었다. 떨어진 높이를 생각하면 박살 나야 할 조건인데 부스러기 하나 없이 정확하게 두쪽으로 쫙 갈라졌다. 정든 옥그릇인데 아깝다. 그래도 발등 깨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침부터 그릇이나 깨 먹고 무슨 징조인가. 기분이 쇄하다. 조심성 부족이겠지. 요즘 들어 살림 다 살았나 그릇도 잘 깨고 왜 이러지.
유리그릇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더니 아래위 두 동강으로 똑 떨어진다. 탄탄해 보여도 내열강화유리가 아니었구나. 이런 실수. 매끈한 끝자락을 보니 그렇게 두 모양이 합쳐서 하나의 그릇으로 태어났나 보다. 두쪽난 그릇을 양손에 쥐고 동그란 모양이 예뻐서 붙여낼 기술도 없으면서 아쉬워한다.
이번에는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하다. 좀 전까지 뽀얀 물김치를 잘 품고 있었고 물 한 방울 새지 않았던 유리그릇. 인기 품목을 맡았기에 속을 싹 비우고 목욕할 기회까지 얻어낸 김치보시기. 부딪치면 깨질까 조심스럽게 수세미질하는데 순간 좌우 두쪽으로 딱 갈라진다. 그릇은 두 동강이 나고 왼손에 들린 반쪽이는 날세운 흉기가 되어 오른쪽 손등을 긁어버린다. 세상에 별일도 다 있네. 아침부터 이 무슨 날벼락인가. 손등엔 핏방울이 쑝쑝 한두 군데가 아니다. 피가 자꾸만 나온다. 수돗물로 헹구니 따끔따끔 아프다.
설거지를 대충 끝내고 약을 바르고 붕대와 반찬고로 응급처치를 하고 나니 뜬금없이 환자 손이 되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잘 써먹던 그릇이 이렇게 쫙 쫙 갈라지다니. 가려거든 얌전히 갈 것이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반씩 쪼개지다니. 말없는 그릇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당신은 살림고수가 아닙니다. 유리그릇 옥그릇 도자기 그릇은 조심스럽게 사용해 주세요. 아끼는 그릇들이 하나 둘 반란을 일으키며 떠나간다. 아 왜 이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