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부르기 힘들어
젠장, 난 왜 노래를 못하는 걸까!
음치, 박치, 몸치인 나는 노래하라면 뒷골이 땅기고 목이 뻣뻣해지며 쫄아든 가슴은 콩닥거린다. 눈곱만큼이라도 숨겨진 끼가 있을지. 타고난 기질이 아예 노래를 못하는 건지. 아마도 음악적 소질 없음이 정답이다.
독창이라곤 초등학교 6학년 때 노래 부르기 시험 칠 때 딱 한번 그 후로는 없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노래 불렀던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독창이었다. 벌벌 떨면서 끝까지 불렀는지 중단했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긴 막대기가 내 가슴을 콱콱 찌르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어릴 때는 음악실기시험이 나를 떨게 했고 직장 다닐 때는 그놈의 노래방 문화가 나를 괴롭혔다.
오랜만에 주어진 회식은 꼭 노래방까지 한 세트였다. 노래방만 가면 왜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게 하는지. 돌림노래시간도 아니건만. 노래방에서 노는 그 시간이 하루종일 일하는 것보다 더 고역이었다.
그럴 때마다 노래 그게 뭐길래 나를 졸게 하는지. 나는 왜 그럴듯한 애창곡도 한곡 없는지. 대중가요 한곡 멋지게 부르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나에게 공공의 적 제1호는 유행가 부르기였다.
그때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라면 동요나 애국가 정도. 한창 달아오른 분위기에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서 분위기 깨버릴 수도 없고 스트레스 풀려고 간 노래방이 스트레스 빵빵이었다.
돼지 목 따는 소리를 하든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든 각자 신명 나는 대로 놀면 될 텐데. 못한다는데 왜 굳이 노래를 시키려고 안달이었는지. 노래라면 심장이 벌렁거리는 약자를 몰라주던 얄미운 꼰대들! 가만히 놔두면 분위기 따라 손뼉 치며 웃어 줄텐데.
숫기 없는 쫄보를 떨게 했던 그때는 그래도 청춘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음주가무에 소질이 없는 나는 전국이 들썩거리게 노래를 잘 부르는 젊은이들을 보면 ' 복도 많다. 어쩌면 목소리 하나로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느냐.' 요즘은 노래 잘하는 사람도 왜 그렇게 많은지. 노래도 참 잘하는구나.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누구라도 나에게 노래 부르라고 마이크를 들이댄다면 시간낭비다. "글을 안 써오면 노래시킨다." 벌금보다 더 무서운 노래하기. 분위기 깨고 초 치느니 갈팡질팡 정신 못 차리는 글이라도 글을 쓰자. 안 떨어지는 입보다 차라리 손끝으로 글적거리는 게 쉽다.
지금도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이지만 세상에서 부러운 게 있다면 ‘나도 노래 잘 불러 봤으면 좋겠다.’ 모두가 오줌을 찔끔찔끔 지리도록 마음을 울리는 노래 말이다. 아랫배 힘을 주고 “배 띄워라 배 띄워라” 거창하게 소리 한번 질러보지만 한 소절도 못하고 ’캑캑캑’ 건조한 목구멍은 꽉 막힌다. ‘넌 안 될 따 마’
이 순간 숫기 없는 내 이성은 '헛소리하지 마. 헛된 꿈도 꾸지 마’ 지금도 노래 부르라면 심장이 벌렁 거린다. 이생에서 노래 잘 하긴 걸렀나 보다. 노래를 시원하게 잘할 수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것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