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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Nov 15. 2024

마음은 하나

선물에 담긴 마음

두해 전 나지막한 구두 두 켤레를 샀다. 하나는 봄가을 용 하나는 털이 달린 겨울용 부츠다. 신을수록 정이 가는 꽤 괜찮은 제품이다. 2년을 꼬박 신고 나니 발끝과 접히는 부분이 낡아 구멍이 뚫렸다. 구멍 나게 부려먹지 않아도 벌써 본전은 다 뽑은 값싼 신발인데 완전 털털이가 되도록 신었다.


이제는 보내주어야 되겠다. 남의 이목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직도 내 발은 그 신발 속으로 들어간다. 큰맘 먹고 몇 곱절이나 더 비싸지만 고급 메이커에 비교하면 저가인 새 구두 하나를 장만했다. 평상시에 신어도 되지만 아직은 외출용으로 대접해 준다.


면양말에 편한 운동화나 뭉툭한 구두를 신다 보니 오랜만에 외출용 구두를 신으려니 스타킹도 없다.  편하게만 살아온 발도 쪼그리고 좁은 구석에 들어가기 싫다고 낑낑거린다. 고민할 것도 없이 내 발은 편한 구두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새 구두를 두고도 스타킹이 없어서 빵꾸난 구두를 신어야 되겠다니까 딸내미와 남편은 “미리미리 준비 좀 해두지” 주변에 마트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걸 하나 준비를 못하냐면서 핀잔을 준다. 그래 말이다. 나는 이상하게 마트에 가면 식구들 먹을거리는 잘 사는데 ‘내게 필요한 건 잘 안 산단 말이야 왜 그러지.’


구멍 난 후줄근한 구두를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자꾸만 정이가고 발이 편해서 좋다며 기분 좋게 외출을 한다. 신발이 왜 그러냐고 누구라도 눈길을 줄까 봐 민망하다. 무슨 창피 일까 싶지만 별로 부끄럽지는 않다. 앞 트인 여름 샌들도 아닌 가을 구두에 빵꾸라니 그래도 왕 펑크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뒤에서 “어여“ 누가 부른다. 뒤돌아보니 ”어떤 모임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장학생이 된다는 건 축하할 일 아이가 그래서 내가 기분이 좋아서 쪼그만 선물 하나 샀거든 “ 하며 선물 가방을 내 손에 쥐어 주는 언니다.

‘아이고 별말씀을요.’ 미안하고 고맙고 흐뭇하고 기쁘고 즐거운 날이다. 가방 속을 살짝 들여다보니 예쁜 포장지로 싸인 사각 통 하나와 스타킹 두 켤레가 들어 있다.


‘어머머 스타킹도 있네 ‘ 스타킹이 필요한지 어떻게 알았지? 오늘 스타킹이 없어서 이러고 왔다고 뭉툭하고 후줄근한 발을 들어 보인다. 좋아라 소리 지르는 나를 보고 미소 짓는 언니의 얼굴이 더 흐뭇한 표정이다.


스타킹 소리에 딸내미가 “어디 어디 스타킹이 어디 있는데 어디서 생겼는데” 좀 전까지만 해도 스타킹이 없어서 이러고 간다고 말했는데 차에서 내려서 온 것뿐인데 스타킹이 있다니 신기해서 확인한다.


선물 받았지 “누가, 누가 선물했는데” 딸내미 옆에 앉아있던 그 언니 “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았지” 하면서 대신 대답을 해 준다. 신기하네요. 내 스타킹 없는 줄 어떻게 알았지 했더니 그 언니 대답이 더 웃긴다. “내가 신 끼가 좀 있다 아이가” 하는 바람에

‘하하하’ 한 바탕 더 웃는다. 서로 마음이 통한 귀한 선물을 받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다. 사각 통 안에 든 것은 또 뭔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대략 눈치로 감잡았다. B..


지난주에 은근슬쩍 사이즈를 물으며 흘렸던 말이 오늘 선물을 받고 나니 이제 사 그 이유를 생생하게 알 것 같다. 전혀 예측도 못했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이런 귀한 선물을 주다니 주는 이가 기뻐서 주니 받는 나는 몇 곱절로 더 기쁜 것은 사실이다. 마음이 담긴 고마운 선물을 받고 온 맘과 몸으로 느끼며 빵구난 신발을 신었어도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즐겁다.   - 연재 끝-  0081106


 그동안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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