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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억들이야

옷장문을 열고(64개월)

by 수국

만화광이 갑자기 리모컨을 꼭 누르고 깜깜한 화면을 뒤로하고 아이패드를 찾는다. 아이패드가 잘 보이지 않는지 “할머니 아이패드 어딨지. 할머니 몰라? 할머니 아이패드 같이 찾자. “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네 방이나 장난감 놀이방에 가봐 여기저기 쫓아다녀도 못 찾고 나온다. 안방에 가봐 거기도 저기도 없다면서 아이패드가 어디 있는지 애가 탄다.


“그러면 할머니 폰으로 옛날이야기 듣게 해 줘.” 폰을 들고 “비밀번호 몇 번이야. 빨리 가르쳐줘. 빨리 불러줘.”할머니 폰 네 맘대로 만질까 봐 안 가르쳐 주지. 왜 비밀번호를 가르쳐주는데 빨리빨리 불러달라고 난리다.


자 이제 우리 아이패드 찾으러 가자. 이방 저 방 어디에도 없다. 어디에 뒀지 안 보이는데. 다른 때는 아무 곳에서나 보이던 아이패드가 이럴 때는 꼭꼭 숨었다. 어디 있지 아이패드야 어디 숨었니 숨바꼭질하듯이 꼭꼭 숨었다. 못 찾겠다 아이패드야 나와라.


옷장문을 활짝 열고 한참 들여다보더니 “여긴 내 추억들이야.” 네 추억이 뭔데 거기가 왜 네 추억들이야 “여기 내 옷들이 다 내 추억이지.” 얼마나 입었다고 또 입을 건데 왜 추억이야 “내가 입었던 옷들이니까 추억이지.”


추억이 뭔데?

“음 뭐 옛날일을 기억하는 그런 거지”

너에게 옛날이란.

그 참, 인생 오래 살아오신 어르신 같은 말씀을.

추억이라면 인생 오래 산 사람들이나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며 옛 추억이라 하는 줄 알았더니 꼬마입에서 추억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니 놀랍다. 요즘은 시대가 빠르게 흘러가니 어제일만해도 추억이긴 하지. 작년에 입었던 옷, 봄에 입었던 옷, 그 옷들을 보며 “이거 내 추억들이야” 하는 추억 놀이가 너무 웃긴다.

“할머니 추억은 뭐야?”

할머니는 추억이 뭘까. 먼 옛날은 접어두고 너처럼 가까운 추억을 생각해 볼까. 클로이 너를 만나 너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추억이지.

‘클로이가 할머니의 추억이야’

좋다고 ”헤헤 “

나를 좋아한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아이패드 찾다가 옛날이야기로 다시 방향을 바꿔 이젠 추억타령이다. 얼마나 살았다고 지난날을 추억하기에 이르렀을까.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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