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통을 열고(63개월)
오늘 저녁은 엄마아빠 늦게 온다는데 우리 저녁 뭐 먹지. 삼겹살 먹을래 고등어구이 아니면 납세미 구워줄까?
"삼겹살"
그래 알았어. 오늘은 할아버지랑 셋이서 삼겹살 구워서 맛있게 먹자. 할아버지 오실 때까지 밥하고 반찬 준비해야겠네. 할머니는 주방에서 저녁준비하고 클로이는 놀이방에서 놀더니 재미없는지 쪼르륵 달려 나온다.
"할머니 뭐 해?"
“내가 도와줄까?
응 그래. 클로이가 도와주면 고맙지.
"뭐 할까" 큰 일꾼인양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반찬도 담아야 되고 삼겹살도 구워야 되지
“내가 고기 구울래”
어머 이일을 어쩌나 천지도 모르고 고기 굽겠다고 발판을 당겨다 놓고 야무지게 올라선다. 레인지 앞으로 다가와 불판을 바라보며 삼겹살을 구울 태세다. 고기는 기름 튀고 무서워서 안돼.
김치도 담고 멸치도 담고 반찬 담는 건 어때?
“응 내가 할래”.
여기 앉아서 해봐 봐.
후다닥 서둘러 바닥으로 내려 앉힌다.
반찬통과 작은 접시도 가져다주며 반찬 나눠 담아줘. 후유!
잔멸치 볶음을 들어담다가 한번 집어 먹으며
"빠싹빠싹 하고 맛있어 할머니도 먹어봐."
아 멸치 정말 맛있다.
“엄마가 다했어. “
엄마 반찬 잘하네 멸치 진짜 맛있다.
”엄마 반찬 잘하지?"
할머니보다 더 잘하는데 할머니도 누가 이렇게 맛있는 반찬 해줬으면 좋겠다.
“엄마한테 맛있는 반찬 해주라고 할게.”
때에 맞게 립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뭐 또 할 것 없어?.”
왔다 갔다 식탁에 반찬을 가져다 놓으며 재미있어한다. 어른 흉내 내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까.
상이 다 차려질 때쯤 할아버지 도착!
손녀가 밥상 차리고 다했다는 소리에
“그래 잘했어 고마워 클로이가 상 차려서 더 맛있는데” 칭찬에 즐거워하며 저녁을 잘 먹는다.
손녀와 게임도 하고 이야기 주고받으며 놀다가 “할아버지는 이제 집에 가련다. “ 현관으로 따라 나와 ”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하더니 번쩍 무슨 생각이 났는지
할아버지 세뱃돈 드려야 된다며 방으로 쫓아간다. 장난감 금고를 열쇠로 열고 돈을 꺼낸다.
할아버지께 세뱃돈이라며 동전 일곱 개를 드린다. 손녀가 주는 세뱃돈을 받아야 하나 할아버지 멋쩍어하더니 “이건 받아야겠지 클로이 고마워 이자쳐서 세뱃돈 더 많이 줄게 안녕!"
엄마 아빠가 귀가한 후 할머니도 가면서 할머니는 세뱃돈 안 주냐니까 기다려하더니 할아버지와 똑같이 일곱 개를 준다며 동전 일곱 개를 내민다.
랜덤으로 얻었지만 할머니는 오백 원 두 개 백 원 다섯 개 합이 천오백 원.
할아버지는 백 원 여섯 개 십원 한 개 육백십원.
할아버지는 그 좋아하는 소주도 한 병 못 사지만 할머니는 안 좋아하는 소주도 한 병 살 수 있지.
복불복 게임이지만 은근히 기분 좋은 승부다.
부러질망정 휘어질 줄 모르는 할아버지를 이렇게라도 이겨 먹으면 할머니는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