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 아이와 함께(64개월)
아이들의 놀이터는 언제나 활기차고 즐겁다. 일곱 살 오빠는 많이 놀았으니 집에 가고 싶고 네 살 동생은 아직도 에너지가 남았는지 안 간다고 뒷걸음친다. 집에 가자는 그 말에 "안가 안가" 두 팔을 벌리고 누구라도 나 좀 도와달라는 듯 달려온다.
' 세은아 미끄럼 한 번 더 타고 가' 편들어주면 좋다고 미끄럼틀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미끄럼틀 끝에서 오빠는 동생이 내려오길 기다린다. 야호!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온 동생은 오빠를 보자마자 "아앙" 뒤로 벌렁 누워 버린다. 오빠에게 잡힌 동생은 일어날 생각이 없다. 오빠의 고함소리에 더 크게 고함지르며 안 간다고 앙탈을 부린다. 오빠와 실랑이 끝에 속상해 울면서 엄마에게로 쪼르륵 달려가 품에 안긴 동생은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터. 클로이도 집에 가자고 할까 봐 더 멀리 달아나며 놀이에 빠져든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 보니 해가 지는지 엄마 아빠가 오든 말든 별 관심 없고 날은 어두워지는데 집에 들어갈 생각을 않는다.
5분만 더 놀다 가자. 약속하는 거다. 딱 5분이야.
"응 알았어."
약속은 약속이니까 인정하고 5분 후에는 순순히 일어나 집으로 향한다. 밖에서 놀았으니까 세수하고 손발 씻고 옷 갈아 입자. 하기 싫은 것만 하라고 하니 좋아할 리가 없다. 그래도 씻고 나야 개운하고 여유롭다.
자 이제 저녁은 뭘 먹을까?
냉장고 털이 한번 해볼까 뭐가 있으려나.
"나도 같이 해볼래"
냉장고 문을 열어두고 둘이 같이 들여다보며 이건 뭐지?
"장조림이야"
그래 장조림도 있고 멸치볶음, 물김치도 있네. 브로콜리 두부무침도 여기 있구나. 뭐 먹을래?
"다 먹을 거야 다 줘 배고파"
아이고 웬일로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밥이 없는데 어쩌지.
냉동실문을 열고 여기 있다고 찾아낸다.
냉동밥을 데우고 후다닥 밥을 차려주니 배가 고팠는지 숟가락 달라고 호들갑이다.
배가 고프긴 고팠나 보구나.
식탐 없는 아인데 이런 날도 있구나
"물김치 맛있어" 배추 무의 사각사각 씹히는 소리를 즐긴다. 할머니 귀에다 씹는 소리 들려주고 할머니도 김치 먹고 자기 귀에 들려달라고 귀를 내민다. 서로 사각사각 소리를 들려주며 저녁을 먹는다. 김에다 밥이랑 멸치볶음을 넣고 김밥이라며 말아먹기도 한다. 오늘은 신나게 놀더니 밥을 잘 먹는다.
"물김치 맛있어 최고야 최고" 엄지 척을 한다.
그래 많이 먹어, 할머니가 얼마든지 만들어 줄 테니까 잘 먹기나 해라.
”응 또 해줘 “
알았어 또 해줄게. 너는 밥 잘 먹는데 할아버지는 저녁도 안 해드리고 어쩌지. 그 말끝에
”내 와이프는 밥도 안 해주고 어디 간 거야. “
할아버지 할 말을 꼬맹이가 대신한다.
하는 말이 웃겨서 와이프가 뭐니?
”와이프는 남편이란 뜻이지. “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