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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Sep 20. 2024

습관이 절단 냈다

새 가죽벨트를 중고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살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지나치길 여러 번 그깟 허리띠 하나에 망성일 것도 많다. 큰일은 겁 없이 달려들면서 작은 일에 소심하기는 후딱 하나 사면될걸. 새로운 가죽벨트의 미련은 버렸나 보다 아무 생각 없는 줄 알았던 그때. 우연히 마트 한쪽귀퉁이를 지나다 잘 진열된 가죽벨트에 눈이 멈췄다.


발걸음 멈추고 까만 벨트 하나를 집어 들었다. 수많은 벨트들을 건너뛰더니 한눈에 반해버린 검은 벨트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새 주인에게 선택되어 따라온 벨트는 주인의 뜻에 따를 뿐이다. 주인은 돌돌 말린 벨트를 후루룩 펼치며 이만큼 이면 될까. 요만큼이면 될까. 눈대중으로 감잡아 머리를 갸우뚱 거린다. 오른손에 들린 가위는 벨트끝자락을 향해 입을 쩍 벌린다. 덥석 물린 벨트는 몸부림 칠 겨를도 없이 가위의 힘에 눌려 끝자락이 뚝 떨어져 나간다.

이제 딱 맞겠지. 룰루랄라 폼 잡고 허리에 벨트를 둘러본 주인의 비명소리. 앗불싸 이럴 수가. 허리에 딱 맞아야 할 벨트는 짧다 짧아. 잘라낸 만큼이 있어야 딱 맞는 걸 왜 잘라 버렸던가. 왜 왜 왜!


이런 착각.


새 허리띠와 정도 들기 전에 이별을 해야 하니 아 쉽 다. 폼나게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얼마 만에 얻어낸 벨트였던가. 잘린 면에 만병통치약 본드를 바르고 그 위에 스테이플러 심을 총총 박는다. 그럴듯하다. 당겨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짱짱하다. 외관상 눈속임으로 검정 테이프로 꼭꼭 눌러 임시처방 수선완료. 아픈 속내를 모르고 보면 그럴싸한 검은색 허리띠다. 할 일 없는 사람 노니 장독 깨는 심정으로 멀쩡하던 벨트로 별짓을 다한다.


뭐가 그렇게 바빠서 허리에 한번 둘러보지도 않고 당연히 길다고 생각했을까. 선입견과 습관을 무시 못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가위부터 들었던 것이다. 내 몸이 굵어진 건 생각지도 않고 호리호리하던 예전 생각만 했을까. 착각은 자유지만 어림짐작으로 잘랐다 붙였다 순식간에 새것을 중고로 만드는 재주 하나는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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