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국 Sep 20. 2024

습관이 절단 냈다

새 가죽벨트를 중고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살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지나치길 여러 번 그깟 허리띠 하나에 망성일 것도 많다. 큰일은 겁 없이 달려들면서 작은 일에 소심하기는 후딱 하나 사면될걸. 새로운 가죽벨트의 미련은 버렸나 보다 아무 생각 없는 줄 알았던 그때. 우연히 마트 한쪽귀퉁이를 지나다 잘 진열된 가죽벨트에 눈이 멈췄다.


발걸음 멈추고 까만 벨트 하나를 집어 들었다. 수많은 벨트들을 건너뛰더니 한눈에 반해버린 검은 벨트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새 주인에게 선택되어 따라온 벨트는 주인의 뜻에 따를 뿐이다. 주인은 돌돌 말린 벨트를 후루룩 펼치며 이만큼 이면 될까. 요만큼이면 될까. 눈대중으로 감잡아 머리를 갸우뚱 거린다. 오른손에 들린 가위는 벨트끝자락을 향해 입을 쩍 벌린다. 덥석 물린 벨트는 몸부림 칠 겨를도 없이 가위의 힘에 눌려 끝자락이 뚝 떨어져 나간다.

이제 딱 맞겠지. 룰루랄라 폼 잡고 허리에 벨트를 둘러본 주인의 비명소리. 앗불싸 이럴 수가. 허리에 딱 맞아야 할 벨트는 짧다 짧아. 잘라낸 만큼이 있어야 딱 맞는 걸 왜 잘라 버렸던가. 왜 왜 왜!


이런 착각.


새 허리띠와 정도 들기 전에 이별을 해야 하니 아 쉽 다. 폼나게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얼마 만에 얻어낸 벨트였던가. 잘린 면에 만병통치약 본드를 바르고 그 위에 스테이플러 심을 총총 박는다. 그럴듯하다. 당겨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짱짱하다. 외관상 눈속임으로 검정 테이프로 꼭꼭 눌러 임시처방 수선완료. 아픈 속내를 모르고 보면 그럴싸한 검은색 허리띠다. 할 일 없는 사람 노니 장독 깨는 심정으로 멀쩡하던 벨트로 별짓을 다한다.


뭐가 그렇게 바빠서 허리에 한번 둘러보지도 않고 당연히 길다고 생각했을까. 선입견과 습관을 무시 못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가위부터 들었던 것이다. 내 몸이 굵어진 건 생각지도 않고 호리호리하던 예전 생각만 했을까. 착각은 자유지만 어림짐작으로 잘랐다 붙였다 순식간에 새것을 중고로 만드는 재주 하나는 뛰어나다.





이전 21화 남자도 뒤웅박 팔자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