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갑작스러운 카카오톡 메인 노출과 후속 조치
이 글들은 내가 글이라는 것을 쓰게 된 계기와 쓰면서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쓰는 일종의 '메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내 글에 대한 변명이자 핑계고, 근거이자 증명이고 싶은 글이다.
사족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쓰는 것은, 30대가 되기까지 나를 구성하는 요소를 거의 기록하지 않았었다는 부채 의식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함이라고 너그러이 봐주면 좋을 것 같다.
21년 4월 20일. 아침부터 조회수 푸시 알람이 왔다. 조회수 1,000을 넘었단다. 뭔가 터졌구나, 어딘가에 노출이 됐구나. 통계를 확인해보니 카카오톡에서 유입이 대다수였다. 카카오톡 탭을 뒤져보니 내 글이 보였다. 그렇구나. 여기 노출이 되었구나. 조금 당황스러웠다. 대상이 된 노출이 될만한 글이 아니었다. <볶지 않은 볶음밥>(https://brunch.co.kr/@doubleblack/6)은 그냥 궁상맞은 글이다. 볶아 먹어야 되는 냉동 볶음밥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다가 설거지를 깔끔하게 하지 못해 토했던 경험을 썼다. 그 글은 결국 조회수 5,000를 도달했다. 상당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카카오톡 탭에 노출된 것은 신기해서 인스타에까지 올렸다. 주접이다.
5월 5일. 조회수 푸시 알람이 많이 있었다. 이번 글은 <김밥은 아무 죄가 없었다>(https://brunch.co.kr/@doubleblack/12)였다. 이 글도 궁상맞은 글이다. 축축하다. 의자 설치 알바를 하다가 얻어온 김밥을 며칠에 걸쳐 먹다가 몸에 탈이 났던 이야기다. 참 궁상맞다. 조회수가 100,000을 돌파했다. 이 때는 진짜 기뻤다. 어린이날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5월 13일. 몇 번 본 푸시 그 알람이 또 그득히 와있었다. 이번 글은 <인력사무소의 커피믹스>(https://brunch.co.kr/@doubleblack/16)였다. 내가 아주 잠시 대학생의 신분이었다가 노동자로 안착하게 된 이야기다. 내 과거 치고는 그렇게 궁상맞은 이야기는 아니다. 조회수는 50,000을 갓 넘겼다. 저번의 반밖에 되지 않는 조회수였다. 하지만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인력사무소의 커피믹스>에는 댓글이 있었다.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구독자도 (나름) 크게 늘었다. 이게 날 미치게 만들었다.
어차피 조회수는 카카오톡 탭에 노출돼서 올라가는 거다. 내가 아무 말을 써놨어도 조회수는 오른다. 글이 개판이라고 해서 안 봤다고 칠 수도 없다. 하지만 댓글이 달리고, 구독을 한다는 것은 확실하게 긍정적인 지표다. 그때부터는 글 쓰는 걸 주저했다. 아무 글이나 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 찌질하고 더러웠던 기억은 나한테만 좋은 기억일 수 있다.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윤색된 대로 윤색된 기억일 뿐이니까. 이런 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글로는 안 되겠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글을 쓸 때 소재를 가려야 한다는 걸까? 나는 글을 왜 쓰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좋아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쓰는 걸까?
내가 글을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했다. 그걸 모르고 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