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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들리Ridley Aug 04. 2024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받아야 하는 편입니다.

리들리 수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편이다. 무조건, 반드시. 태생적으로 그 런 태도로 살아왔다. 원인은 딱히 모르겠으나,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지금도 다를 바 없지만, 청소년기에는 평일을 제외하 면 그저 집에만 있었다. 주말에는 친구를 만나지도 않았고, 그저 집에서 책을 읽거나 야구를 보았다. 열일곱 살 봄쯤, 꿈이 뭐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다른 건 거두절미하고 혼자서 잘 사는 게 꿈이 라고 답할 정도로 나는 혼자 있는 게 좋았다.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고, 원하는 만남만큼 원하지 않는 만남을 매일 경험해야만 하는 학교생활의 특성상 누군가를 만 나는 일에 염증을 느꼈다. 오죽하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난생처음 숨통이 트인 기분이 들었을까. 그렇게 어릴 적부터 쌓아온 삶의 관성 때문인지, 다시 주위 사람들을 좋아하게 된 지금의 나 또한 혼 자만의 시간을 존중받아야 하는 편이다.



  혼자서 일상을 보내도, 할 일은 많다. 영화를 보고, 글을 읽거나 쓴 다. 밥을 차려 먹고, 이런저런 일에 관한 사색에 잠긴다. 생각보다 시 간은 잘 지나갔고, 생각보다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혼자서 어떤 일에 몰두하고 이어가는 일은 내게 적성에 맞다. 누군가에게 도움받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누군가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 하다. 좋게 말하면 독립성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독단적인 성격이 라고 할 수 있겠다.



  여러 아르바이트나 단체 생활을 수차례 경험한 이후로, 역시 나라는 인간은 조직 생활에 적합하지 않다는 소회를 품었다. 상급자의 지 시를 받거나, 억지로 상급자를 향해 미소 지어야 하거나, 동료 구성원 과의 불필요한 관계에 감정과 에너지를 쏟는 일을 원치 않게 되었다.



  누군들 안 그러겠냐만, 나는 보편적인 유형의 조직 생활에 지나치게 신물이 난 상태였다. 되도록 최대한 혼자서 일하고 싶었다. '싫은 사 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가 성공의 정의라는 가수 이적의 말이 내게는 꿈과 같은 유토피아에서의 삶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내가 조직 생활을 다시 겪게 될지, 혼자만의 삶을 보장받으며 살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도, 나라님도, 하나님도 모르겠지. 하물며 지금 이 글마저도 처음 구상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데, 삶이라고 오죽할까. 삶은 늘 가변적이고, 애쓴다고 는 해도 성취의 수준이 노력의 수준에 마냥 비례하지 않는다. 그 저 혼자만의 삶을 존중받기 위해 차분히 계획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운이 좋길 기도할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고 싶다. 어릴 적에 비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좋아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혼 자만의 시간을 존중받고 싶다. 내게 혼자만의 시간은 재충전의 시간이자 팽팽히 조여진 일상에서의 긴장감을 잠시라도 느슨히 풀어둘 수 있는 완급조절의 시간이므로. 일과 인간관계와 나만 의 시간 사이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해야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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