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수필
이렇다 할 곳을 자주 가보지는 않았다. 어릴 때 한 번쯤 가보지 않으면 섭섭할 해외여행을 가본 적도 없고, 애초에 내가 사는 지역의 경계선을 자주 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햇살을 맞으며 KTX 창밖의 풍광을 보는 일은 늘 설레고, 제주 공항의 출입구에서 야자수들을 발견하는 순간이 즐겁다. 일 탈의 기분인 걸까. 여행은 늘 기대된다.
대체로 산과 바다보다는 도심을 즐기는 편을 택한다. 그렇기에 정선이나 단양 같은 관광지보다는 서울을 좋아한다. 하물며 제주도에 갔을 때도 늘 제주 시내를 들르지, 숲이나 바다를 즐기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자연을 향한 심미안이 그리 좋지 못한 탓인지, 내로라하는 자연경관을 마주했을 때면 늘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내게 그곳은 집 앞의 산에서도 늘 볼 수 있는 초록색 풍경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자연보다는 사람을 구경하는 일에 흥미가 돋았다. 사람과, 사람이 지은 건물들, 뭐 그런 인위적인 존재를 좋아했다. 이미 나의 일상은 지나치도록 단순했기에, 여행마저도 편안하고 단순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름 있는 케이블카 대신 그 지역의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싶고, 휘황찬란한 원색의 등산복 무리 속에 파묻히기보다는 한강 나들이 나온 인파 속에 있고 싶다. 어떻게 보면 지독한 취향이지.
이름 모를 골목길을 걷는 일이 즐겁다. 처음 가보는 동네의 스타벅스에서 작업하는 일이 취미다. 그럴 때마다 역시 영혼이 풍부해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낭만이다. 늘 좋아해 마지않던 종로에 다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