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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 때 묻은 옷는 바로 반품 각.

by 영화하는 이모씨

어제 로코드라마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어 보자.


실제로 로코드라마는 일반적인 스토리와 굉장히 많은 부분이 다르다.

소비자들은 이런 유의 스토리를 집필하는 작가들을 가벼이 여기는 우를 범하기 좋으나

실제로 이런 스토리는 정말이지

이런 스토리를 사랑하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학습을 해 온,

말 그대로 로코 짬이 좀 차야 쓸 수 있다.

오그라드는 대사를 쓰면서도 오징어가 아닌 작가로 컴퓨터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 이런 류의 스토리에서 한 가지 더 중요한 지점이 있다.

다른 스토리에는 없는, 혹은 반대지점에 위치한 것인데

바로 주인공의 시련의 씨앗을 어디에 심을 것인지에 관한 문제이다.


모든 스토리는 시련이 있다.

또 똑같은 이야기지만 결국 스토리는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해 가면서 결국 욕망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니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런데 이런 유의 스토리에서는 주인공이 겪는 시련이 주인공 스스로에서 출발하면 안 된다.

아주 쉽게 말하면

<킹더랜드>는 두 사람의 사랑을 반대하는 요소로 정략결혼을 활용한다.

정력결혼은 말 그대로 본인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어른세대가 결정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남자주인공과 아주 밀접한 문제이면서 동시에 무관한 문제이다.

남주가 저지른 잘못, 책임져야 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라면 불가능할 무례함이 양껏 허용되는 것이다.

그러니 남주는 마음 편히 상대 여성에게 함부로 해도 된다. 그것은 그 여자사람이 아니라 부당한 권위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이다.

남주의 무례함과 소비자의 만족도는 비례하며 상승한다.


그런데 만약 그냥 전 여친이라면 어떨까?

이러면 남주는 그냥 쓰레기가 된다.

그냥 사랑 없이 만난 거야, 몇 번 안 만났어, 헤어지자고 말했었어.

뭐 아무리 변명을 가져다 붙여도 이런 과오는 용납이 안된다.

때 묻은 옷은 바로 반품각이다.


그런데 왜 여주인공은 전남친이 있죠?

자! 이모는 앞서 주인공은 절대 두 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두 주인공의~'라는 표현은 캐스팅할 때, 마케팅할 때 쓰는 말이지 작가의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면 이런 로코도 주인공이 한 명이라고?

그렇다.

이런 스토리의 경우 많은 작품이 남자가 주인공이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아주 무식한 셈법을 공유하자면

딱 보니 '여자가 주인공이구나!' 하는 스토리가 아니라면

둘 중 누가 주인공인지 헛갈린다면

대부분 남자가 주인공이다.


아니, 왜?

이 상품의 소비자가 대부분 여자라서 그렇다.

어제도 말했듯이 이 상품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여자소비자들이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남주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돌아와서, 그래서 여주는 전남친이어야한다.

전남친이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전남친이 더 좋다.

여주의 그 시련에는 여자의 과오, 여자의 선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런 흠결 있는 여주를 사랑하는 남주의 사랑은 더욱 강력하게 빛난다.

여주의 과오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한하고 전폭적인 사랑을 쏟아붓는 남주라니...

완벽히 세상에 없는 '팬시'한 상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조심스러운 것이 여주인공인에게 전 남친이 무슨 흠결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완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나는 나의 사고 체계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라는 것은 굉장히 오래된, 정말 유물 of 유물이다.

동굴벽화 속에도 스토리가 담겼다니 말 다했다.


요즘 많은 스토리가 점점 진화하며 주인공도 달라지고 있다.

외국 영화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다양한 설정들이

OTT플랫폼을 타고 국경을 무너트리고 우리 곁으로 온다.

이런 시대에 이렇게 써야 스토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선, 새로운 생각을 가진 새로운 작가가

이걸 뛰어넘는 이야기를 쏟아내길 기대한다.

특이취향 소비자로서 상당히 즐거운 일일 것이다.

기왕이면 그 새로운 작가가 내가 되고 싶고,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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