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일기 - 1월 1일 수요일
2020년이 시작됐다. 이제는 20년 전도 이천년 대이다. 천구백년 대는 온연한 과거가 됐다.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도 4년차를 맞았다. 3년을 버텨내면 사업이 어느 정도 가능성의 궤도에 올라섰다고들 판단하던데, 내 사업이라 그런지 마치 2000년에서 바라본 2020년처럼 아직 멀어 보인다.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건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찬바람처럼 엄습해오는 날이지만 2020년은 시작됐고, 사업도 4년차에 들어섰다.
회사는 오늘까지 쉬는 날이다. 지난 해(2019년을 칭할 때 지난 해라고 칭하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다) 12월 21일까지 장애인식개선사업, 노엔드시티팝 공연, 훈남하이 4번째 콘서트, 사무실 이전 등 정신없이 달려와서 지쳤을 나와 Y에게 주는 짧은 휴가이다. 그래봤자 고작 이틀이다. 물론 토요일부터 치면 닷새이긴 하다.
매년 1월 1일이 쉬는 날이라 고맙다. 새해의 첫 날부터 일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매년 첫 날이 쉬는 날이라 생긴 관성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새해 첫 날부터 사람들을 만나고, 문서 작업을 하고, 머리를 쓴다고 생각하면 참 끔찍하다. 자고로 매년의 첫 날은 조금 여유를 갖고 쉬면서 다음 날부터 시작될 평범한 일상을 준비하는 날이어야 한다.
내일부터 펼쳐질 미래는 어떤 미래일까? 펜을 들어 지난 해 이맘 때 세웠던 계획을 돌아본다. 계획이라는 건 지켜지지 않아야 계획이라는 말처럼 꽤 많은 글씨가 생을 얻지 못했다. 생명을 얻은 것들도 아직 미생인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펜을 들어 올해 계획을 세운다. 회사의 계획부터 시작해서, 저축, 재테크, 독서, 여행, 책쓰기, 운동, 마음가짐 등 전방위적이고 많은 계획을 적는다. 그래서 이들이 삶을 얻지 못하는 것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줄여볼까 하지만 이놈의 욕심이 점점 글자 수를 늘린다. 내년 이맘 때 쯤 살아남은 계획들은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 매년 1월 1일은 어쨌든 계획을 세우는 날이니까.
올해의 계획 중 마음가짐에 있어서 욱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업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짜증이 늘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특히 같이 일하는 Y에게 역대급 짜증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의 탓으로 기인한 게 대부분이지만 그에게 왼쪽 뺨을 맞고 그를 꽁꽁 묶어 찬바람 쌩쌩 부는 벌판에 버려놓는 경우가 많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라 한 눈에는 두 눈, 한 이에는 모든 이로 대처하곤 했다. 친구랑 함께 일을 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고, 서로의 의를 갈라놓지 않는다면 서로가 보살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Y를 놓을 수 없기에 난 보살이 되고 싶다. 물론 이러고 또 엄청난 짜증과 욱함을 보이며 악마가 될 게 자명하다. 그래도 글자로 써놓으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싶어서 올해의 계획이 또 늘어난다.
계획을 모두 적고 보니 노트 2장이 넘는다. 얼마나 많은 계획들이 실현되어 생명을 얻을까? 초보 대표라는 타이틀도 이제는 슬슬 작은 옷이 되어간다. 물리적 시간의 부족이 가져다주는 시행착오의 용인도 슬슬 유죄가 되어갈 시점이다. 4년차 대표에 걸 맞는 옷을 입도록 노트에 빼곡한 계획들에 숨을 불어넣어야겠다. 어쨌든 2020년이 시작됐고,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는 4년차가 됐으며, 난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초보라는 타이틀을 떼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만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