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일기 - 1월 7일 화요일

by 훈남하이 김대표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가 ‘사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부모님이나 동업과 같은 누군가의 기반을 물려받아 사업을 운영하는 거라면 다른 이야기이겠지만 대부분의 창업은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다가 홀로 집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같다. 그 허허벌판은 주변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어서 바람의 움직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떨어지는 비와 눈을 온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곳이다. 집을 지어야 하는 땅은 척박하다 못해 삽 하나 들어가기 버거워서 자동적으로 삽질을 계속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간신히 집을 만들어도 주변의 야생동물들의 공격을 버텨내야하는 곳이다. 그런 과정이 바로 창업이다. 창업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던지는 말인 ‘사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야’라는 말인즉슨 ‘속된 말로 쌔빠지게 노력을 해도 무에서 무에 그칠 가능성이 높으니 안 하는 걸 추천해’와 다를 바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나 기획 중이다. 시티팝 페스티벌인데, 이미 발을 내디뎠다. 지난 해 말 연남동에 있는 한 공간에서 ‘노엔드시티팝(NO END CITY POP)’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짜리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물론 주최는 아니다. 난 돈이 없으니까. 주관사로 전체적인 운영과 관리를 맡아서 주최사와 함께 진행했다. 주최사 대표님은 대학교 과 선배님이 소개해주신 분으로 일본 한류 1.0세대로서 장동건과 같은 배우, 신화나 인피니트와 같은 아이돌을 일본에 진출시킨 그야말로 백전노장(노장이라고 하기엔 아직 젊으시다), 베테랑이시다. 지난 해 여름에 처음 만났는데 이후로 많이 배우면서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페스티벌이 아니라,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나 그랜드민트페스티벌처럼 이틀에서 사흘씩 하면서 라인업도 아주 빵빵한(?),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힐 만한 페스티벌로 만드는 게 공동의 목표이다. 우리나라에서 시티팝이라는 장르는 여전히 서브컬쳐이고, 마이너하며, 시티팝 페스티벌은 전 세계적으로도 개최된 적이 없으며, 페스티벌 역시 자리를 잡은 몇 개의 페스티벌을 제외하곤 생성과 몰락을 반복하고 있다. 과연 시티팝이라는 장르가 페스티벌로 정착할 수 있을까?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난 해 말 노엔드시티팝 페스티벌을 마치고 처음 대표님을 만났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짧은 근황 토크와 날씨 이야기 후 대표님과 노엔드시티팝 복기를 하고 앞으로 어떤 과정을 진행해야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목표는 올해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거였지만 여러모로 힘들어 보였다. 계획대로만 되면 누구나 다 창업을 하고, 사업을 할 거라는 생각이 스친다. 올해 조금이나마 구축한 노엔드시티팝의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더 구체화시키고 탄탄하게 만들어갈지, 거대 페스티벌에 필요한 자금 마련은 어떻게 할지, 라인업은 어떻게 구성할 것이며 예산은 어떻게 할지 등등 계속해서 브레인스토밍을 해갔다. 물론 오늘 이 자리에서 모든 걸 결정할 건 아니었다. 앞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치열한 고민을 하며 페스티벌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는 고민의 현을 켜야 할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두 시간 여의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기분은 한없이 심연으로 침잠해갔다. 가뜩이나 연초라 생각이 많은데, 이렇게 회의를 하고 오는 날은 생각이 많아진다. 날씨까지 이러니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과연 이 페스티벌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니즈는 무엇일까? 시티팝이라는 마이너한 장르가 승산이 있을까? 시티팝의 정체성을 지킬 필요가 있을까?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에서 유로 잘 창조되어간다. 하지만 내 생각의 끈기는 끈끈하지 않았고, 빗줄기는 줄어들고 있었으며, 사무실에 거의 다 도착한 나는 유야무야 긍정의 힘으로 마무리해버린다. 그래도 하나 확고하게 남은 생각은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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