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일기 - 1월 8일 수요일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여러 회사들과 미팅을 갖고,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지지난해 사기꾼을 하나 잘못 만났다가 시간과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한 탓에 - 다행히 직접적인 금전 손해는 없었다. 다만 근로의 대가를 받지 못했으니 이게 직접적인 금전 손해인가? 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 사람 만나는 게 굉장히 신중해졌다. 그런 조심성 때문인지, 아니면 운이 좋아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전과 그 이후로 그 사기꾼을 제외하고 대부분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다. 그 중 내가 정말 좋아하는 회사가 둘 있다. 두 회사와는 직접적인 일도 진행을 함께 하면서 서로 신뢰도 많이 쌓였고, 대표들이 다 동갑이라 파트너라기보다는 친구로서 편안하게 만날 수 있었다.
오늘 그 중 한 회사인 좋은이웃컴퍼니와 미팅을 했다. 좋은이웃컴퍼니 이현학 대표와의 만남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인 만남은 지난 해 초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만남이 우리 회사의 방향성을 많이 바꿔놨으며, 그 이후로 우린 굉장히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장애인식개선사업의 일환인 장애인식개선콘서트로 많은 교육지원청과 학교들을 방문했고, 교육청에 장애인식개선사업을 제안하기 위해 전국을 함께 누볐으며, 현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동갑내기 두 친구가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를 같이 쓰고 있다. 또 우리 회사가 좋은이웃컴퍼니의 장애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로보조를 할 정도로 현재 서로의 회사에 각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좋은이웃컴퍼니가 있는 혜화에서 만나 현학이가 좋아하는 한 카페에서 올 해 첫 만남을 갖고, 향후 장애인식개선사업의 방향, 사단법인 장애인식개선협회 발족 준비, 함께 쓰는 책 이야기 등을 나눴다. 커피가 가득 담긴 잔이 바닥을 보이고, 컵 윗부분에 남아있는 커피의 흔적이 메말라가고, Y가 커피 한 잔을 더 주문을 하고, 그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도 우리의 만남은 끝날 줄 몰랐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단 한 순간도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Y랑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좋은이웃컴퍼니와의 일을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주제는 함께 하면 즐거운 회사와 불편한 회사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실제로 함께 하면 한일전을 함께 응원하는 것처럼 즐거운 회사가 있고, 함께 했을 때 갈비탕을 먹고 이빨에 낀 고기의 살점처럼 불편한 회사가 있다. 어떤 회사는 그 미팅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고, 그 미팅에서 성과가 나든 나지 않든 그 순간 자체를 정말 즐겁게 만들며, 계속해서 일을 함께 진행하고 싶게 만든다. 반면 어떤 회사는 만남 자체가 불편해서 일이 아니면 만나기 싫게 하고, 가까스로 성사된 미팅이 너무나 불편해 성과가 나든 나지 않든 미팅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만들며, 이번 일만 함께 하고 다음엔 진행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만든다.
어떤 게 그 차이를 만드는 걸까? 공교롭게도 함께 일하면 참 좋은 두 회사 모두 대표가 나이가 같다. 그래서 그럴까? 물론 그런 요인도 있을 거다. 확실히 나이가 같으니 생각하는 것도 비슷할테고. 아차. 앞에서 이야기한 그 사기꾼도 동갑이다. 나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회사가 처한 상황이 같아서 일까? 역시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직원 수라든지 업종이라든지 비슷한 점이 많다. 아차. 두 회사 중 한 회사는 우리보다 자금 상황이 월등히 좋다. 처한 상황 때문만은 아니라는 판단도 납득이 간다. 직원들의 능력일까? 우리 회사를 포함해 세 회사 모두 비슷한 롤을 하는 직원들이 있다. 우리는 Y, 좋은이웃컴퍼니는 K, 그리고 또 다른 회사도 역시 K. 회사의 2인자인 그들 덕분에 회사 간 소통이 잘 되는 걸까?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엔 뭔가 시원하지가 않다. 난 계속해서 원인을 외재적 관점에서 찾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자.
세 회사가 서로 함께 했을 때 편한 회사로 꼽는 이유를 안에서 찾아보니 가치적 측면이 있었다. 세 회사 모두 지향하는 바가 유사하고, 돈만 좇지 않으며,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어 했다. 심지어 이 회사들 중 한 회사는 이름에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들어간다(저와 가까운 분들은 이미 이 한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아시리라). 서로 바라보는 점이 유사하니 함께 일을 하더라도 서로 다른 길로 가지 않으려 하고, 대개 같은 길로 가려고 하다 보니 그 길을 함께 걷는 길동무로서 마음이 통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그랬다. 우린 바라보는 곳이 같은 경계 안에 있었다. 그러니까 함께 일할 때 즐거웠던 것이다. 반면 돈만을 바라보고 가는 회사와의 연계는 뭔가 모르게 찝찝하고, 불편했다. 물론 회사는 영리가 주목적이고 돈을 좇아야 하는 건 맞지만, 돈만을 바라보며 가는 건 또 우리 스타일이 아니라, 그 점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회사와의 협업은 늘 즐거울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를 Y에게 하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돈을 많이 벌면서 자신의 선한 가치를 보여주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수익도 많이 내면서,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많이 내뿜으면서,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일하면 참 편하고 좋단 말이야’라는 말을 많이 듣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