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단한 사람이야

152km 러닝의 성과

by 아임유어엠버


내 지인 중에는 운동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이번 대회를 추천해 준 것도 독서모임에서 친해진 멤버다.


B는 아주 오랜만에 카톡이 와서는 대뜸 신청 링크를 내밀었다.

‘삼일절을 기리기 위한 달리기 대회’


좋은 취지의 행사였지만, 이런 비대면 대회가 대부분 수익을 위해 기획된다는 섭리를 알다보니 처음엔 께림직했다. 돈 기부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닐까.


그래도 속는 셈 치고 신청을 했던 건 대학생 시절부터 시작된 나라사랑 때문이다. 나라사랑의 의미가 퇴색된 요즘, 달리기로서 삼일절을 한번쯤 더 생각하게끔 돕는다는 게 참신해서 솔깃했다.


어느 해 삼일절에는 친구들과 산 정상에 있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또 어느 해에는 광복절을 기념해 뮤지컬 ‘영웅’의 한 장면을 길거리 플랩시몹으로 재현하는 공연에 참여했다.


행인인척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 거리를 걷다가 신호가 맞춰 등장하는 콘셉트였는데, 독립운동가가 된 듯 가슴이 뜨거워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도전을 하면 할수록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도전이라는 생각이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24일만에 19회차 달리기 인증을 완료했다. 수료증이 발급됐는데, ‘명예의 전당’에 들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카카오톡 프사로 해두고 싶을 정도였다.


이후 며칠이 지나 대회 링크를 줬던 B를 만났다. 지인은 중간에 포기했다고 했다.

“와, 정말 대단해요. 말이 쉽지 미션 성공하는 게 어디 쉽나요?”


그의 칭찬이 조금은 과장됐다고 느꼈지만 충분히 즐겼다. 그래,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킨 사람이다.


나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이전처럼 조바심을 내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지금껏 내가 넘어온 것과 비슷한 하나의 벽일 뿐이고, 나는 결국 벽을 넘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내게 찾아올 시련을 마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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